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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EU, 대러 제재도 푸틴 눈치보기

등록 2014-07-23 19:39수정 2014-07-23 22:11

우크라 상공 여객기 피격
경제적 이해관계 따라 균열
무기·에너지 제재는 결정못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 피격 뒤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규탄했던 유럽연합(EU)이 막상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는 순간이 되자 회원국 간 심각한 균열을 드러내며 꼬리를 내렸다.

유럽연합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한 뒤 두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먼저 여객기 피격과 관련된 러시아 책임자들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회의 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관리들의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객기 격추에 사용된 부크 미사일 등을 친러 반군에 건네준 러시아 쪽 관련자들을 제재 명단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불안정을 계속 부추길 경우엔 무기와 에너지, 금융 부문을 포함한 한층 강력한 러시아 경제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제재 대상과 범위의 확대라는 겉모습을 띠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회초리 없는 잔소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은 이미 두 차례 러시아 관리들의 유럽연합 내 여행과 자산 이동을 금지했지만, 러시아의 행동을 바꾸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올리가르히(러시아 재벌)나 국영기업 책임자가 아닌 일반 관료와 군인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것은 실질적 압박책이 될 수 없음이 이미 입증된 터다. 유럽연합은 그나마 새로운 제재 대상자 숫자와 신분도 정하지 않았고, 24일 대사 회의에서 이를 확정하기로 했다. 무기와 에너지, 금융 부문 등의 제재는 당장 하겠다는 게 아니라 러시아의 태도를 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어서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크다.

강경 대응을 주창한 국가와 유보적 태도를 취한 나라 사이의 균열이 깊어진 탓에 앞으로 단합된 실질적 추가 제재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더 쪼그라들었다. 영국과 리투아니아 등은 ‘대러 무기 판매는 2차대전 직전 히틀러 달래기와 같은 행위’라는 극언까지 써가며 이번에 당장 러시아에 무기 금수 조처를 취하자고 주장했지만, 러시아에 이미 미스트랄 상륙함 2척을 팔기로 한 프랑스는 판매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의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당수는 22일 영국을 “위선자”라 비난하기도 했다. 영국이 런던에 머물며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올리가르히들은 내버려두면서 12억달러(상륙함 대금)가 걸린 프랑스의 희생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푸틴 눈치 보기’는 러시아와 연계된 막대한 경제적 이해 때문이다. 러시아 가스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물론, 이번 피격 사건의 최대 피해국인 네덜란드조차도 자국 최대 기업인 에너지 기업 ‘셸’이 시베리아 가스 개발에 연관된 탓에 경제 제재 등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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