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농축산물 등 수입 금지 ‘보복’
농축산물 등 수입 금지 ‘보복’
‘푸틴의 식탁’에 유럽산 채소와 과일, 미국산 닭고기는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에 맞서 서방 농·축산물 금수 조처로 반격에 나선 탓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러시아 개인·법인에 대한 경제제재에 참여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등의 수입을 1년 동안 금지·제한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레믈(러시아 대통령실)이 밝혔다. 러시아 식품검역국은 유럽연합의 모든 과일과 채소는 물론 미국의 모든 농산물, 특히 닭고기 등을 대표적 금수 대상으로 대변인이 언급했으나, 이는 대변인의 사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 금수 대상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7일 최종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를 인용해 “(금수 조처는) 러시아 식품 수입의 10%에 영향을 미치고 40억달러(4조1500억원) 규모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조처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압박하자 정면 대응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지난달 러시아에 추가 경제제재를 부과했고, 친러 분리주의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태가 일어나자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치적 수단으로 경제를 압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고, 이튿날 서방 식품 금수 조처가 공개됐다.
미국은 지난해 13억달러(1조3500억원)어치의 농축산물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유럽연합은 훨씬 많아서 158억달러(16조4000억원)어치를 러시아에 팔았다. 관련 농가는 러시아 판로가 끊길 경우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러시아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는 전체 식량의 40%를 수입하고, 올해 상반기 물가도 7.9%까지 치솟아 인플레이션 관리가 만만찮은 과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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