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터키 대선에서 승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날 밤 앙카라의 집권 정의개발당 당사 앞에서 연설하는 동안 그를 지지하는 군중이 환호하고 있다. 앙카라/EPA 연합뉴스
3선 총리후 첫 직선제 대통령 당선
권위주의 통치·부패 스캔들 불구
토건사업 중심 경제성장 지지 얻어
헌법 개정 통한 대통령직 강화할듯
권위주의 통치·부패 스캔들 불구
토건사업 중심 경제성장 지지 얻어
헌법 개정 통한 대통령직 강화할듯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0) 터키 총리가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에 가뿐하게 당선되면서 장기 집권의 막을 열었다. 그는 약 12년의 3선 총리 시대를 끝내고 28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는 이슬람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반발과 대형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토건사업에 치중한 경제개발 성과를 앞세워 선거 승리를 거머쥐었다.
10일 치러진 터키 대선의 개표가 99% 진행된 상황에서 집권 정의개발당의 대선 후보로 출마한 에르도안 총리는 과반수인 51.95% 득표로 결선 없이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다. 제1·2 야당은 좌우 이념 대립을 넘어 이슬람협력기구 전 사무총장인 에크멜렛딘 이흐산오을루(71)를 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웠지만 38.3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쿠르드계 정당 소속인 셀라핫틴 데미르타쉬 후보는 9.71%의 표를 얻었다.
에르도안은 당규상 총리 연임이 3차례로 제한돼 더이상 총리직 출마가 불가능하자, 대통령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터키는 대통령제 요소가 가미된 의원내각제 국가로, 대통령직은 의회가 선출해 7년 단임제로 운영해왔다. 헌법상 대통령에게 국회와 각료회의 소집권 등이 있지만 이런 권한은 실질적으로 행사되지 않았고 의전적 지위에 머무는 게 상례였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2007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로 바꿔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또 5년 임기로 중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11일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총리직을 이어받을 후임자 선정을 위해 집권당 지도부를 소집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 내년 총선까지 허울뿐인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라며 “에르도안이 순종적인 총리를 임명해 실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짚었다. 게다가 에르도안은 아예 대통령중심제로 시스템을 바꾸는 추가 개헌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후 그가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다면 향후 10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어, 12년에 가까운 총리 재임 기간에 더해 약 22년을 통치하게 된다. 러시아 총리직과 대통령직을 오가며 장기 집권중인 블라디미르 푸틴에 빗대어 에르도안을 ‘터키의 푸틴’이라고 이르는 배경이다.
에르도안 총리의 집권 정의개발당은 ‘히잡을 쓴 토건세력’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도로·교량 건설 등 토건사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추구해왔다. 2001년 터키를 강타한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2002년 집권한 뒤 30%를 넘나들던 인플레이션을 한자릿수로 안정시키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평균 7%대로 끌어올린 게 에르도안의 가장 큰 성과다. 또 터키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분쟁에서 평화협상을 타결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했던 정책을 폐기하는 등 이슬람주의 색채를 강화한 것은 보수층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이슬람 권위주의 통치를 점차 강화하고 토건세력과 결탁한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반대파의 목소리도 커졌다. 지난해 게지공원 재개발 반대를 계기로 불붙어 1년 가까이 지속된 반정부 시위는 토건세력의 경제독점과 이슬람 권위주의의 회귀에 대한 비판 세력이 상당함을 보여줬다. 지난 3월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도 에르도안의 승리에 흠집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 일간지 <투데이스 자만>은 “언론이 50만표의 재외국민 투표함 개표를 감시하려 했으나 경찰이 차단한 점도 야당의 반발을 불렀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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