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러-서방 ‘식탁전쟁’…승자는 남미?

등록 2014-08-12 20:10수정 2014-08-12 22:19

러시아, 서방 농산물 금수조처뒤
남미국가들이 러 시장 공략 나서
EU, 연 158억달러 시장 잃을 위기
남미에 ‘수출 자제’ 설득 외교전
러시아와 서방 사이 ‘식탁 전쟁’이 남미 변수의 등장으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며 전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농수산물·식품 금수 조처에 맞서 내부적으로 피해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준비에 나섰다. 동시에 러시아의 대체 수입지로 떠오르는 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러시아로의 농수산물 수출 자제를 설득하는 외교전도 병행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일 “최근 서방 농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러시아가 부족한 물량을 들여올 대체지로 남미를 주목하고 있다”며 “유럽연합은 이에 맞서 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농산물의 대러시아 수출 자제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등으로 촉발된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7일 유럽연합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노르웨이산 농수산물 수입을 1년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남미 국가들 사이에선 곧바로 러시아 시장 진출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브라질은 닭고기와 쇠고기, 돼지고기의 즉각적인 러시아 수출이 가능하도록 90여개의 새로운 육가공 공장에 대해 수출을 승인했다. 칠레도 유럽산 수산물 금수 조처의 틈을 파고들 주요 수혜자로 꼽힌다. 세네리 팔루두 브라질 농업정책국장은 “러시아의 금수 조처는 브라질이 더 많은 옥수수와 콩을 러시아로 수출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러시아는 단지 육류만이 아닌 전체 농산물의 거대 소비자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가 러시아의 농산물 공급자로 떠오르게 되면, 유럽연합은 러시아 시장을 앉아서 내주는 신세가 된다. 지난해 러시아의 농수산물 수입액은 430억달러에 이르며, 이 가운데 158억달러어치를 유럽연합에서 들여왔다.

또 러시아가 농수산물 금수에 따른 식료품값 인상 등의 고통을 피해 갈 경우, 서방의 경제제재 효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현지 도매시장 르포에서 농수산물 금수조처 발효 닷새째인 11일 현재까지 모스크바 등에선 별다른 동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산 재고 물량이 계속 공급되고 대체 물량이 서둘러 투입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투기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소진되고 전반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모스크바 수산물 수입사 관계자)는 전망이 나오지만, 남미 등으로부터의 대체 수입이 원활히 이뤄지면 혼란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유럽연합으로선 게도 구럭도 잃는 시나리오다.

유럽연합이 남미 국가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방식은 러시아로의 식품 수출을 법적으로 막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강조하는 ‘정치적 설득’이 될 것이라고 유럽연합 당국자는 밝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이 속한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 등이 이런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유럽연합은 복숭아 생산량의 10%를 수매해 가격 폭락을 막는 등 역내 피해 분야 지원에 나선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전했다.

한편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 속에 생존 위기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물품을 실은 러시아 트럭 280여대가 12일 모스크바를 출발했다. 곡물 400t, 유아식 62t, 의약품 54t 등의 지원품은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관할 아래 우크라이나에 인도된다. 인도적 지원을 빌미로 한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우려해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지원에 대해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