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 집행위에 요청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1주일 안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안을 마련하라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요청했다. 1주일 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개입을 되돌리지 않으면 추가제재에 나서겠다는 최후통첩이다. 다만, 추가제재가 실제 발효되는 시점은 불분명하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연 뒤 “긴급 예비작업을 통해 한 주 안에 제재안을 제시할 것을 집행위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개입 움직임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입 철회를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을 되돌릴 수 있는 1주일을 러시아에 준다”며 “그렇지 않으면 추가제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러시아 병력이 들어가 있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러시아가 이웃 나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의 추가제재는 방위, 금융, 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메르켈 총리는 밝혔다. 정상들은 또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그룹과 관련된 모든 인물과 기구의 명단”을 작성할 것을 집행위에 요청했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가 “제재는 ‘마법의 탄환’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는 등 일부 정상들 사이에선 제재 확대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반면,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메르켈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이 “군사적 충돌에 기름을 부어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연합 정상회의 직전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 곧 전면전에 다가서고 있다”며 “우리가 오늘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에 관해 얘기하지만, 내일이면 유럽 전체의 안보와 안정에 대해 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의 루블화는 유럽의 경제제재 압박에 대한 불안감에 지난주 연중 최저인 달러당 37.1로 떨어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