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총선이 치러진 14일 저녁 사회민주당 지지자들이 스톡홀름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민당 주도 좌파연합은 43.4%를 득표해 현 집권 우파연합을 이기고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총선서 사민당, 온건당에 승리
감세·민영화보다 증세·복지 열망
‘난민축소’ 스웨덴민주당 3당에 올라
감세·민영화보다 증세·복지 열망
‘난민축소’ 스웨덴민주당 3당에 올라
8년 만의 ‘좌파 정권’ 복귀와 ‘극우 정당’의 약진.
14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을 특징짓는 두 가지다. 상반돼 보이는 이 선택이 앞으로 4년간 북유럽 복지 강국의 정치 역학을 큰 틀에서 규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민주당 주도의 좌파연합은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오게 됐다. 이날 스웨덴 총선에서 사민당과 녹색당, 좌파당으로 구성된 좌파연합은 43.4%를 얻어, 38.9%에 그친 온건당 주도의 집권 우파연합을 앞질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의석수로 환산하면 전체 349석 중 좌파연합이 158석, 우파연합이 141석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개별 정당별로는 사민당이 31.2%를, 온건당이 23.2%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반이민 공약을 내세운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12.9%를 득표해 49석을 차지하며 3당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파 성향 신생 정당 ‘페미니스트 이니셔티브’는 애초 의석 확보 하한선인 4%를 넘게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3%대 득표에 그쳤다.
사민당이 다수당 자리를 꿰차며 내각 구성권한을 갖게는 됐지만, 좌파연합도 안정적 과반인 175석엔 크게 못미친다. 이 때문에 좌파연합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소수 연정’의 취약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집권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긴 하지만, 사민당 등 좌파의 재집권은 스웨덴 유권자가 8년 만에 감세와 복지 축소, 민영화 대신 증세와 복지 확대를 선택했음을 뜻한다.
앞서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온건당 대표 겸 총리가 이끈 우파연합은 2006년 총선에서 일자리 창출과 감세 등을 앞세워 정권을 차지한 이래 2기 연속 집권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넘겼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기간 상속세와 부유세 등을 낮추거나 없애는 등 계속된 감세로 스웨덴의 조세부담률은 프랑스보다 낮은 국내총생산 대비 45%대로 떨어졌다. 앱솔루트 보드카 제조업체 등 공기업을 민간에 넘긴 것은 물론 복지 분야에도 부분적 민영화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 결과 민영기업이 운영하는 양로원에서 경비 절감을 위해 노인용 기저귀의 무게를 재 일정 수준이 넘어야 갈아주는 따위의 복지 후퇴 사례가 빈발하면서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졌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8위에서 28위로 떨어지는 등 교육 실패 논란도 거셌다. 무엇보다 지난해 15~24살 실업률이 23.6%에 이르는 등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사민당은 이를 파고들어, 은행을 포함한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로 복지와 교육, 일자리 창출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공약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깊다. 우파연합은 복지와 일자리 예산을 늘리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로 난민 급증에 따른 예산 증가를 제시했다. 스웨덴은 올해에만 시리아 등에서 8만여명의 난민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민주당은 복지 비용이 외국인들에게 낭비되고 있다며 난민 수를 10분의 1로 줄이겠다는 공약으로 우파 성향 표를 잠식해, 4년 전 5.7%보다 두배 넘게 지지를 불렸다.
지미 오케손 민주당 대표는 결과 발표 뒤 “우리는 이제 정치권 내 균형을 잡는 ‘킹메이커’가 됐다”며 “지난 4년간 우리를 무시해오던 정당들이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스테판 뢰프벤 사민당 대표는 “87%의 유권자는 그들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며 극우 노선과는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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