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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코틀랜드, 남느냐 떠나느냐 “문제는 경제”

등록 2014-09-17 21:59수정 2014-09-17 22:54

18일 ‘분리 독립’ 찬반 투표
19일 오후께 윤곽 드러나


찬성파 “북해 유전 바탕으로 세금 부담 덜고 복지 강국 거듭날 것”
반대파 “파운드화 사용 못해 금융 혼란…군대 창설 등 부담 늘어”
“독립은 복지강국 스코틀랜드를 탄생시킬 것이다.”

“정반대로 경제 위축과 세금 인상, 군사·외교적 힘의 상실을 겪게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7일 찬반 양 진영은 뜨거운 막바지 선전전을 펼쳤다. 투표 결과는 한국시각으로 19일 오후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민족이 다른 데다, 오랫동안 전쟁을 벌였다. 1707년 통합 뒤로도 스코틀랜드는 영국 인구(약 6300만명)의 84%를 차지하는 잉글랜드에 치여 정치·경제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지우지 못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외치는 목소리는 특히 보수당 정부에서 높아지곤 했다. 1970년대 후반 마거릿 대처 정부 때 적극적인 사영화 정책을 취하면서 조선·철강 등 스코틀랜드의 기간산업이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어려웠다. 런던 금융가의 이익만 챙기는 영국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북해유전의 발견은 여기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독립하면 1조5000억파운드 상당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북해유전의 90%가 스코틀랜드에 귀속된다. 지금은 영국 정부 재정에도 상당 부분이 들어가지만, 이를 스코틀랜드가 오로지하면 세금은 낮추고 복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번져갔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 최근 영국 보수당 정부의 긴축 행보다. 1990년대 토니 블레어가 이끈 노동당 정부는 외교·국방을 뺀 사법·보건·교육 등 내정권을 대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이양하는 등 달래기 정책을 폈다. 하지만 2010년 집권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은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스코틀랜드에도 긴축을 강하게 요구했다. 영국 중앙정부의 강요에서 벗어나 우리끼리 잘 살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

2011년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차지하면서 분리 독립은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스코틀랜드국민당 정부는 독립 주민투표 구상을 추진했고, 2012년 10월 캐머런 정부의 동의를 받아냈다. 캐머런 정부는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실제 독립으로 투표가 결론날 경우 ‘역사적 오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 찬성파와 달리 영국 정부를 포함한 반대 진영은 독립이 스코틀랜드의 경제에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라고 본다. 반대파는 북해유전의 매장량이 2050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찬성파가 독립 뒤에도 영국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영국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통화 변경에 따른 금융기관의 이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또 독립 때 스코틀랜드 몫의 국가채무를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스코틀랜드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반대파는 하고 있다.

군사·외교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영국 정부에게 스코틀랜드 독립은 군사·외교적 재앙에 가깝다. 스코틀랜드에 배치된 영국 핵잠수함 기지 이전이 당면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찬성파는 핵없는 스코틀랜드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철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스코틀랜드는 군대를 새로 만들고, 반대로 영국은 군대를 줄이거나 재배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독립 스코틀랜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유럽연합 가입 등은 당연시되지만, 핵기지 처리나 방위비 분담, 유로화 수용 등 구체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세계에 뻗어있는 영국 외교관들의 영사 도움도 독립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찬반이 팽팽하지만, 이런 어려움 탓에 실제 독립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는 많지 않다. 세계적 도박 사이트인 ‘윌리엄 힐’은 ‘부결’보다는 ‘가결’에 더 높은 배당률을 매겨 부결 가능성을 더 높게 예측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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