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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새먼드, 지고도 이겼다…캐머론, 이기고도 졌다

등록 2014-09-19 21:16수정 2014-09-20 10:17

(왼쪽부터)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에드 밀리번드 노동당 대표
(왼쪽부터)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에드 밀리번드 노동당 대표
정치 지도자들 웃고 울고

새먼드 ‘정치적 전리품’ 두둑
부결 불구 더 많은 자치권 얻어

양보한 캐머런, 보수당 반발 직면
캐머런에 동의한 밀리밴드도 ‘흔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주민투표가 부결로 결론났다. 데이비드 캐머론(가운데) 영국 총리가 가장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으로 보인다.

캐머론 총리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요구한 주민투표 실시를 2012년 2월 전격 수용했다. 당시엔 부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을 원천차단하는 승부수라고 판단했다. 실제 “그 시기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선택할 확률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네스호의 괴물과 함께 여전히 살아있을 가능성보다 조금 높은 정도였다”고 영국 <옵서버>는 평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독립 찬성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캐머런 총리의 불안감도 커졌다. 주민투표 시기를 2014년으로 미뤄준 게 결정적 오판이었다. 그는 애초 2013년 실시를 원했지만, 알렉스 새먼드(왼쪽)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를 양보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1년의 시간 동안 독립 찬성 진영은 스코틀랜드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맹렬한 캠페인을 벌였고, 최근 한 때는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반대 진영을 추월하기도 했다. 캐머런은 17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정말 떨어져 나가게 될까 봐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을 선택했다면, 캐머런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끝났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 책임은 없다 해도 300년 넘게 이어온 통합 영국의 종언을 불러놓고 총리직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캐머런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당장 그가 독립을 막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더 많은 자치권과 예산을 약속한 것을 두고 보수당 내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18일엔 내각의 일원인 클레어 페리 철도성 장관이 “스코틀랜드에 약속한 선물 비용을 부담하는 건 국경 남쪽의 우리들이 될 것”이라며 당 내 반란 진영에 가세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이후 의회 표결 등에서 캐머런의 자치권 확대 부여 방안이 부결될 경우 캐머런은 또 한 번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에드 밀리번드(오른쪽) 노동당 대표도 캐머런과 비슷한 처지다. 노동당의 텃밭이 돼온 스코틀랜드를 지켜낸 건 성과다. 스코틀랜드에서 노동당은 하원의석 59석 중 40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절반에 육박하는 독립 찬성 진영과의 거리를 확인한 건 이후 선거에서 큰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코틀랜드 사수의 공로도 대체로 막판 반대 캠페인을 이끈 스코틀랜드 출신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에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밀리번드가 캐머런의 양보안에 동의해 준 것도 남쪽 잉글랜드와 웨일스 등에선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독립 투표를 주도한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 당수는 부결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정치적 전리품을 챙긴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런던 정계의 기성정치 세력에 반기를 든 약자 이미지를 내세워 독립 지지 여론을 결집시켰고, 이를 활용해 캐머런 총리로부터 더 많은 자치권과 예산 배분을 약속받았다. 다만 엄청난 논란을 일으켜놓고도 독립 달성에 실패한 책임을 지라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또 앞으로 상당 기간 독립 얘기를 다시 꺼내기는 어려워졌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최대 목적으로 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존재 이유도 당분간 희미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제 한동안은 독립이라는 정치적 모토가 아니라 차별적 정책으로 노동당 등 전국 정당과 경쟁을 벌여야 할 것임을 뜻한다. 영국 총선은 2015년 5월 치러질 예정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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