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서 반대 55%로 ‘부결’
기업 이탈 움직임 등 부각되면서 “막판 초접전 양상에 영향” 분석
“독립땐 경제 리스크” 우려…부동층 대거 ‘반대표’ 던진 듯
기업 이탈 움직임 등 부각되면서 “막판 초접전 양상에 영향” 분석
“독립땐 경제 리스크” 우려…부동층 대거 ‘반대표’ 던진 듯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의 꿈이 무산됐다.
19일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개표 결과 반대가 55.42%에 이르러 독립 추진안이 부결됐다. 찬성표는 44.58%에 그쳤다. 307년 만에 영국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립국가로 홀로 서려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독립 투표를 이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앨릭스 새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에든버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스코틀랜드는 이번 투표를 통해 역량을 입증했다”며 “모든 스코틀랜드인은 민주적 결정을 수용해 달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결과 확정 직후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남기로 선택해 기쁘다”며 “이제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스코틀랜드인들에게 말할 권리를 부여한 것은 정당했다”며 독립 투표를 수용했던 자신의 선택을 옹호했다. 분리독립안 부결로 영국은 연방 분열의 격랑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독립안 가결 때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예상됐던 후폭풍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분리독립안이 부결된 것은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독립보다는 기존의 영국 연방 안에 머무는 쪽을 선택했음을 뜻한다. 최근 투표를 앞두고 독립 찬성 여론이 막바지 상승세를 보이면서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결국 이변은 벌어지지 않았다. 연방에서 독립하면 파운드화 공유가 불가능하다는 영국 정부의 위협과 스코틀랜드 주요 기업들의 이탈 움직임, 유럽연합(EU) 재가입 등 경제 문제가 부각되면서 ‘독립은 리스크’라는 인식이 확산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흔들리던 부동층이 대거 반대표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치정부는 독립하면 북해유전을 바탕으로 복지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결국 더 잘사느냐 못사느냐가 가장 큰 질문거리였다”고 짚었다. 이밖에 오랜 통합을 통해 스스로를 스코틀랜드인이자 영국인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도 독립 반대 진영의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스코틀랜드 분리는 피했지만, 영국은 앞으로 국가적 통합 강화와 분권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영국 정부는 막바지 투표전 과정에서 독립 찬성을 막기 위해 스코틀랜드가 연방 안에 머물 경우 조세권과 예산권까지 포함하는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과거 캐나다 퀘벡 지역이 겪었던 갈등 확대의 전철을 스코틀랜드가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퀘벡은 1차 주민투표에서 독립안이 부결된 뒤 분권 확대 등의 정책이 집행되지 않자, 15년 만에 2차 주민투표를 실시해 1%포인트 차로 간신히 독립 가결을 피했던 경험이 있다. 영국에서도 집권 보수당을 중심으로 스코틀랜드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자치권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백년을 함께 살아온 서구 선진국에서도 차별과 격차가 민족주의 정서와 연계될 경우 분리독립 추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이번 사태는 보여줬다. 다만 이런 격차와 불평등의 축소는 민족 분리가 아닌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심화를 통해 가능하며, 민주적 절차와 토론 안에 평화적 해결의 희망이 담겨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짚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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