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의 상징’ 해안경비대장 그레고리오 데 팔코
2012년 이탈리아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침몰 사건 때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던 선장이 있었다. 또 그에게 “당장 배로 돌아가 승객을 구하라”고 명령했던 지역 해안경비대장이 있었다. 선장 프란체스코 셰티노는 ‘비겁자’로, 해안경비대장 그레고리오 데 팔코(50·사진)는 ‘책임감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이탈리아판 세월호’ 사건의 영웅 팔코가 최근 리보르노 해안경비대장에서 육상의 행정직으로 갑자기 전출되면서, 이탈리아 사회에서 ‘좌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중도좌파 민주당의 페데리코 젤리 의원은 팔코의 전출 이유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5일 보도했다. 젤리 의원은 “팔코 대장은 재난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또 다른 이미지를 드러낸 존재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며 “이번 조처가 현재 진행 중인 셰티노의 재판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팔코의 ‘좌천’은 최근 셰티노 선장이 대학 특강에 나서는 등 ‘복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과 대비돼 한층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셰티노는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면서도 지난 8월 열린 한 대학 세미나에서 ‘비상 상황 대응 방법’에 대한 특강을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탈리아 트위터에는 “우리는 셰티노에겐 보상을 주고, 팔코는 처벌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거나 “이탈리아는 최고의 인물을 처벌하고 있다”와 같은 비판적 언급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팔코 자신도 이번 일에 대해 “내가 요청하지도 않은 전출 명령이 떨어져 씁쓸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