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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침몰 참사 20년…그들은 ‘피로’해 하지 않는다

등록 2014-09-29 20:30수정 2014-09-29 22:29

스웨덴 국왕 카를 구스타프 16세가 28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에스토니아호 침몰 20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탑 앞에 화환을 바치고 있다. 스톡홀름/AP 연합뉴스
스웨덴 국왕 카를 구스타프 16세가 28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에스토니아호 침몰 20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탑 앞에 화환을 바치고 있다. 스톡홀름/AP 연합뉴스
1994년 발트해 여객선 침몰
스웨덴 501명·에스토니아 290명 사망
20년째 “잊지 않을 것” 추모식

1994년 발트해에서 여객선 에스토니아호가 침몰해 852명이 숨졌다. 스웨덴(501명)과 에스토니아(290명)가 가장 많은 국민을 잃었다. 20년이 흐른 28일 두 나라에선 각각 수백명이 참석한 추모식이 열렸다. 스웨덴에선 국왕과 고위 관리들이 총출동했다. 참사 반년도 안돼 ‘세월호 피로감’과 ‘유가족에 대한 적대감’이 공공연히 표출되는 한국 사회와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선 27일 밤 추모 기념탑 주위에 852개의 횃불이 켜졌다. 20년 전 에스토니아호의 운명의 항해시간과 같은 6시간의 추도 콘서트도 이어졌다. 28일 에드가르 사비사르 탈린 시장은 추도사에서 “에스토니아호 사고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우리 모두와 연관돼 있다”며 희생자들과의 연대감을 강조했다.

발트해 건너 스웨덴에서도 추모식이 열렸다. 28일 국왕 카를 구스타프 16세가 스톡홀름의 추모탑에 직접 화환을 바쳤다. 그는 “에스토니아호 침몰은 전체 사회에 충격을 준 참사였다”며 “우리는 희생자의 이름과 비운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빌헬미나와 노르코핑, 린데스베리 등 다른 스웨덴 도시에서도 기념식이 열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세월호와 같은 종류의 카페리선인 에스토니아호는 1994년 9월27일 저녁 7시 989명을 태우고 탈린을 떠나 스톡홀름으로 가다가 28일 새벽 1시48분 핀란드 남서 해역에서 침몰했다. 배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지 1시간여 만에 가라앉았다. 스웨덴과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등 17개국 852명이 숨졌고, 137명만이 구조됐다. 추위와 악천후 등으로 주검도 94구밖에 수습하지 못했다. 스웨덴 정부는 3개월 시도 끝에 인양을 포기하고, 콘크리트로 배 주위를 덮어 주검 유실을 막고는 침몰 해역을 영령 757명의 영원한 안식처로 선포했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스웨덴 전문가로 이뤄진 합동조사위원회는 3년여 조사 끝에 1997년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화물칸을 잠그는 함수문이 파손돼 바닷물이 한꺼번에 화물칸으로 밀려들어온 게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화물칸의 차량이 제대로 결박되지 않아 한쪽으로 쏠린 것도 침수를 가속화했다. 배는 출항 때 이미 1~2도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또 선원들이 침수 사실을 알고도 21분 뒤에야 대피 방송을 하고, 승객들의 대피를 돕기는 커녕 먼저 탈출에 나서는 등 인재 요인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많은 승객들은 에스토니아어로 나온 대피 방송을 알아듣지 못해, 무작정 선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에스토니아호 생존자 137명 가운데 3분의 1은 승무원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선원들의 결정적인 과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일부에선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참사를 계기로 스웨덴 정부는 대대적인 안전점검과 함께 선박 구조 변경, 선원 안전교육 강화, 구조체계 개선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선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도 비상대피로를 개선하는 등 선박 설계 규정을 바꿔 이후 새로 건조되는 배에 적용토록 했다. 독일 <도이체 벨레>는 에스토니아호 추모식 관련 보도에서 “한국에서 300여명의 10대 학생들을 숨지게 한 세월호는 국제해사기구의 규정이 바뀌기 전 설계됐으며, 세월호 승객들도 처음에 선실에 머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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