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유럽에선 처음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스페인 간호사를 태운 차량이 마드리드 알코르콘 병원에서 라파스 카를로스 3세 병원으로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보호복 입고도 환자 접촉서 감염
정확한 감염 이유 몰라 공포 확산
“돌연변이 통해 공기 전염” 의혹도
WHO “모유·정액서도 검출” 경고
정확한 감염 이유 몰라 공포 확산
“돌연변이 통해 공기 전염” 의혹도
WHO “모유·정액서도 검출” 경고
유럽, 나아가 전세계가 떨기 시작했다. 의료 선진국인 스페인에서 간호사가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환자와 접촉했음에도 에볼라 감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바깥에서 에볼라 감염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아나 마토 스페인 보건부 장관은 6일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여성 간호조무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40살의 이 간호사는 5일 고열 증상을 보여 마드리드 교외 알코르콘 병원의 격리병동에 입원했으며, 두 차례 혈액검사에서 모두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았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간호사의 남편과 에볼라 환자를 치료했던 다른 간호사 그리고 최근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남성 등 3명도 에볼라 감염이 의심돼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감염이 확인된 간호사는 서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스페인으로 이송된 스페인 선교사 마누엘 가르시아 비에호(69) 치료팀에 참가했다. 비에호 선교사가 지난달 25일 마드리드의 열대병 치료 전문인 라파스 카를로스 3세 병원에서 숨진 뒤, 휴가를 낸 상태였다. 이 간호사는 지난 8월에도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스페인으로 옮겨진 미겔 파하레스(75) 신부 치료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 신부 역시 이송 닷새 만에 숨졌다.
이번 감염은 아프리카 바깥 선진 의료체계를 갖춘 국가의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에이피>(AP) 통신은 “국제적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이 간호사는 비에호 선교사의 병실에 두 차례 들어갔으며, 두 번 다 보호장비를 착용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아직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모른다”며 “감염 메커니즘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페인에선 아프리카에서 감염된 자국민을 국내로 데려와 치료하기로 한 데 대해 ‘바이러스를 100% 통제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스페인 외과의노조 대표 다니엘 베르나베우는 “생물학적 안전성이 보장된 병원이 미국엔 10곳 있지만, 스페인에는 1곳뿐이고 수준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에볼라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통해 체액 접촉만이 아니라 공기로 전염되는 형태로 바뀐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 “호흡기 감염설은 어떤 증거로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다만 “에볼라 바이러스가 모유와 소변, 정액에서도 검출됐으며, 회복기 환자의 정액에서 최소 70일간 생존한다”며 바이러스의 강한 생존력을 경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부정확한 공포의 창궐을 막기 위해서도 간호사의 감염 이유를 빨리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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