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리해고된 25명
1100명 참여 크라우드 펀딩으로
6만 유로 모아…수백통 지지 편지
1100명 참여 크라우드 펀딩으로
6만 유로 모아…수백통 지지 편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그토록 풍만하고 육감적인 작은 조가비 모양’이라고 마들렌을 묘사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로 꼽히는 마들렌을 164년 동안 만들어온 노르망디 지역의 비스킷 제조업체 자네트의 공장이 지난해 12월 가동을 멈췄다. 25명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됐다.
이들은 가만히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문 닫은 공장을 점거했다. 그리고 다시 마들렌을 만들기 위해 직접 공장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필요한 초기 자금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마침내 19일 6만620유로가 모였다. 애초 목표했던 5만유로를 훌쩍 넘어선 액수다. 1100명이 ‘십시일반’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고무된 노동자들은 이제 다음달 13일까지 펀드 모집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공장이 위치한 캉 지역의 법원에서 공장을 누구에게 넘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날이다. 이들은 펀딩을 위해 만든 웹사이트에 “추가 참여가 이뤄질 수록 법적 다툼에서 우리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네트 공장을 새로 가동하려면 100만유로 이상이 필요하다. 이들은 성공적인 펀딩이 은행에서 더 많은 대출금을 받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7곳이 법원에 공장 인수를 신청했다. 지난 9월에도 4곳이 인수 제안을 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곳이 하나도 없자, 재판부가 내린 결정이다.
해고 노동자들의 크라우드 펀딩 뒤엔 이를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이끌어온 인물이 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의 경영전문가 조르주 비아나(48)다. 그는 “일자리와 공장을 구하려는 자네트 노동자들의 싸움에 감명을 받았다. 또 어릴 때부터 친숙했던 상표의 마들렌이 사라질까 겁이 났다”고 인수전 돕기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펀딩 과정에서 수백통의 따뜻한 지지 편지들을 받고 이 일을 계속할 힘을 낼 수 있었다”며 “펀딩에 성공했듯 법원과 은행도 자네트 노동자들의 진지한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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