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앞바다에서 시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풍력발전소. 코펜하겐/김현대 기자
신재생에너지로 풍력 집중투자
잠재적 풍력자원 유럽 전체 34%
잠재적 풍력자원 유럽 전체 34%
바람의 힘이 핵분열 에너지를 넘어섰다. 영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21일 풍력 전기 생산량이 원자력 발전량을 추월했다고 영국 전력송출기관인 ‘내셔널 그리드’가 밝혔다.
이날 24시간 동안의 풍력 발전량은 영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14.2%에 이르렀다. 반면 원자력 발전량은 전체의 13.2%에 그쳤다. 앞서 토요일인 18일에도 풍력 발전은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풍력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6372㎿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이라곤 해도 영국 전력 소비량의 20%를 풍력이 떠맡았던 셈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다만, 원전에 대한 풍력의 우위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 발전의 이번 약진은 최근 평소보다 훨씬 강한 바람이 불어준 기상 요인과 영국 내 15개 원전 가운데 8개가 동시에 정지 상태에 들어간 상황 요인이 맞물리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국 풍력 발전의 전망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애초 영국은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으로 풍력을 선택하고 집중 투자해왔다. 4면이 바다인 영국의 잠재적 풍력 자원은 유럽 전체 풍력 자원의 34%에 이른다. 이론적으로는 풍력 자원을 모두 개발하면 영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3배에 이르는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풍력 발전이 전력 생산량은 크지 않은데 에너지 관련 정부 보조금을 대부분 빨아들이고,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농어촌의 풍광까지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 일면서 풍력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영국 정부는 신규 풍력 발전기 설치 허가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물론 풍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비영리 신재생에너지 판매기구인 ‘재생가능한 영국’의 제니퍼 웨버 대변인은 “풍력은 수백만가구에 조용히 전기를 공급해오고 있으며, 그 자체가 비판자들에 대한 훌륭한 반박”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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