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반롬푀이(가운데 아이 안은 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도중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이 임기 마지막 회의인 반롬푀이는 손주들을 불러 정상들과 함께 사진 촬영에 응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이용은 27% 높일 계획
내년 기후총회서 미·중 압박 포석
환경단체 “턱없이 낮은 수준” 비판
내년 기후총회서 미·중 압박 포석
환경단체 “턱없이 낮은 수준” 비판
유럽연합(EU) 28개국이 2030년까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40% 줄이기로 했다. 또 같은 기간 안에 유럽연합의 재생 에너지 이용 비율을 전체 에너지의 27% 선까지 끌어올리고, 에너지 효율도 27% 높이기로 했다.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심야회의 끝에 이렇게 합의했다고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밝혔다. 반롬푀이 의장은 “세계에서 가장 야심차고, 비용 대비 효율적이며 공정한 기후 에너지 정책이 합의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합의는 내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 총회에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유럽연합과 같은 수준의 감축에 나서게끔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파리 총회에선 2020~2040년 적용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세계 각국에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교토의정서와 도하 기후변화 총회에서는 2020년까지 선진국들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교토의정서를 탈퇴했고, 중국은 개발도상국 자격을 인정받아 감축 의무를 면제받았다. 한국도 개도국 자격을 인정받았으나, 자발적으로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유럽연합만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를 줄이게 돼 있는 의무 감축량을 이미 거의 달성한 상태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전체의 10%에 약간 못 미친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번 합의로 유럽연합은 내년 파리 총회에서 이뤄질 국제적 기후 협의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8시간에 걸친 힘겨운 회의 끝에 도출됐다. 전력 생산의 90%를 석탄에 의존하고 10만명 이상이 탄광업에 종사하는 폴란드가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가장 완강하게 반대했다. 반롬푀이 의장은 “적절한 목표치 부여와 펀드 조성 등 저소득 국가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40%는 개별 회원국별로 모두 지켜야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확충 목표치인 27%는 유럽연합 전체를 통틀어 적용되기에 나라 사정에 따라 차이를 둘 수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번 회의에선 역내 국가간 전력 수출입도 각국 생산량의 15% 범위 안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풍력 발전량 증가로 남아도는 전기를 프랑스 등 인근 국가로 수출하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번 합의에 대해 환경보호 진영은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을 2℃ 이하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시민단체 옥스팸의 나탈리아 알론조는 “이번 합의는 유럽연합이 실행해야만 하는 수준에 턱없이 못미친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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