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130곳 스트레스 테스트
작년 말 기준 25곳서 12곳 개선
확충 계획 내고 취약점 보완해야
작년 말 기준 25곳서 12곳 개선
확충 계획 내고 취약점 보완해야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에서 평가 대상 130개 은행 중 25곳이 ‘낙제’ 판정을 받았다고 26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공개한 평가 결과에서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모두 25개 은행이 자기자본 부족 상태였으며 그 규모는 250억유로(약 33조5000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12곳은 올해 들어 자기자본 부족분을 확충했으며, 나머지 13곳은 100억유로의 자기자본을 충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실은행들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이탈리아가 4곳으로 가장 많고, 그리스와 슬로베니아가 각각 2곳, 키프로스·오스트리아·포르투갈·아일랜드·벨기에가 각각 1곳이었다. 최악의 평가를 받은 곳은 이탈리아의 몬테 데이 파스키 은행으로, 자본금 부족액이 무려 21억유로(약 2조8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앞으로 2주 안에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하고 최장 9개월 안에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날 발표에 앞서 유럽 금융가와 <블룸버그> 등 언론에선 25개 은행이 낙제 판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미리 흘러나왔다. 발표 결과는 이런 전망과 일치했지만, 현시점 기준에서 낙제 평가를 받은 은행은 13곳으로 줄었다는 결과가 함께 나오면서 유럽 금융가의 충격은 다소 완화된 분위기다. 비토르 콘스탄시우 유럽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날 “유럽의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전례 없이 정밀하게 실시된 이번 평가는 은행 부문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높일 것”이라며 “문제점과 리스크를 파악함으로써 은행들의 수지를 개선하고 더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유럽 금융시장을 뒤흔들 우려는 남아 있다. 최근 그리스 국채수익률 상승(국채가격 하락)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남유럽 등 취약국가들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상의 위기상황에서 은행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의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시돼 왔다. 이번 유럽중앙은행의 평가 결과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들)이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는데다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불려온 독일마저 경기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유럽연합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것은 2009, 2010, 2011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이전에는 평가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은행 건전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평가는 금융권이 패닉 상태에 빠질 경우를 가정한 상황에서는 핵심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5.5% 이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해 이전의 5% 이상에 견줘 기준을 강화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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