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올 성장률·인플레율 낮춰
나라별 입장 달라 대책도 난항
나라별 입장 달라 대책도 난항
유럽연합(EU)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이 ‘트리플 딥’(3중침체)과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라는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부양책을 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4일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0.8%, 내년 전망치를 1.1%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발표했던 전망치에 비해 올해는 0.4%포인트, 내년은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집행위는 또 유로존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0.5%, 내년 0.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 목표치인 올해 2%, 내년 1.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집행위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회원국의 경기 부진과 유럽중앙은행 목표치를 밑도는 인플레이션율이 성장률 하향조정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동 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깊어짐에 따라 투자가 줄어든 것 또한 우려스런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의 동반 하락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유럽중앙은행은 6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뾰족수를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인플레이션 문제를 두고 나라마다 처지와 입장이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재정위기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스페인 같은 나라에선 초저 인플레이션이 임금 삭감과 구매력 감소 등의 부정적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품 가격을 내리려고 임금 등 비용에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낮은 실업률 등 건실한 경제를 과시해온 독일에선 초저 인플레이션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촉진제 구실을 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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