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수 정당, 당 공식문서로 제안
비난 쇄도하자 “권장했을 뿐” 발뺌
비난 쇄도하자 “권장했을 뿐” 발뺌
독일로 이민왔으면 집에서도 독일어만 써라?
독일 보수 정당이 실제로 당 공식문서로 이런 제안을 했다가 조롱을 받고 있다고 <도이체벨레> 등 독일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은 지난 주말 “독일에 영주하고 싶은 사람은 공공장소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독일어를 써야만 한다”는 내용의 당 공식문서 초안을 작성했다. 기독사회당 사무총장인 안드레아스 쇼이어는 가정 내 독일어 의무 사용 제안이 “잘 준비되었으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제안이 공개되자, 기독사회당에 대한 풍자가 넘쳐났다. <디 차이트>는 기독사회당이 활동하는 지역인 ‘바이에른주의 사투리는 독일어가 맞냐’는 제목의 토론방을 온라인 사이트에 개설했다. 트위터에서는 누리꾼들이 ‘얄라’라는 조롱성 해시태그(‘#특정단어’ 형식으로, 특정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기능)를 달아, 풍자글을 올리고 있다. 얄라는 아랍어로 ‘가자!’라는 뜻이다. 한 누리꾼은 얄라 해시태그를 달아서 트위터에 “아기가 독일어를 못한다. 아기를 추방할까 생각중”이라고 적었다.
메르켈 총리는 기독사회당의 제안에 대해서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어를 잘하는 것도 통합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중언어 사용자로 크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기독사회당도 비난이 쇄도하자 한발짝 물러섰다. 쇼이어 기독사회당 사무총장은 가정 내 독일어 사용을 “권장했을 뿐”이라며 “강제나 통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기독사회당이 극단적 주장을 한 배경에는 독일 내 이민자의 증가와 이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독일이 미국 다음으로 이민자가 많은 나라라고 전했다. 지난해 독일 정부 통계를 보면 이민자 중에는 터키 출신이 약 150만명으로 가장 많다. 무슬림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독일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반이민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옛 동독 지역인 드레스덴에서 경제적 이유로 이민을 오는 이들을 막자고 주장하는 시위에 7000여명이 참가했는데, 과거처럼 네오나치를 표방하지도 않고 극우주의 구호도 내걸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였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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