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드카 가격 인상을 억제하라는 지시를 내놨다. 러시아인들은 루블화 폭락으로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는데, 러시아의 대표적인 술인 보드카를 비롯해 각종 물품의 값이 급등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성탄 전야인 24일 정부 관리들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보드카 가격 급등은 불법 주류 소비를 늘릴 뿐”이라며 “관계 부처가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에서 과도한 음주는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러시아 남성 4분의 1은 50대 중반 이전에 숨지며, 지나친 음주가 수명 단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특히 불법 제조 보드카를 마신 뒤 사망하는 이가 가끔 나올 만큼, 불법 보드카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러시아는 과도한 음주를 막기 위해 보드카 최저 소매 가격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ℓ당 보드카 최저소매 가격도 지난해에 견줘 30% 오른 220루블(약 4440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러시아 보드카 시장에서 불법 보드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55%일 정도로 큰 데, 보드카 가격이 계속 오르면 불법 보드카 소비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10.4%에 이른다. 푸틴은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그리 즐기지 않는다.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외화가 부족한 수출기업들에 유로나 달러를 빌려주겠다고 밝혔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 사기업과 은행은 현재 6000억달러에 이르는 국외 채무를 지고 있는데 이중 1000억달러는 만기가 내년이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러시아 기업들이 국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채무를 갚거나 만기 연장을 하면 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구실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기업들이 국외 자본시장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러시아는 국외 선적 관련 서류를 통과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밀 수출도 사실상 중단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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