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후보 대통령 선출 끝내 실패
구제금융 강경파 집권 가능성 커져
구제금융 강경파 집권 가능성 커져
그리스 의회가 29일 대통령 선출에 끝내 실패해, 내년 1월2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주장하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집권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열린 3차 대선에서 집권 신민주당이 후보로 내세운 후보인 스타브로스 디마스 전 외무장관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168표로 대통령 선출에 필요한 찬성 180표 확보에 실패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그리스에서 대통령은 의회에서 찬반 투표로 뽑는 상징적 국가 원수에 불과하지만, 대선이 부결되면 정부는 의회를 10일 이내에 해산해야 한다. 집권 신민주당의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올해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 ‘트로이카’에서 받아온 2400억유로 구제금융 조기졸업을 추진했으나 국채 수익률 급등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치자 조기 대선이라는 도박을 했다. 대선은 모두 세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 기회에도 실패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진앙지였던 그리스는 또다시 정치·경제적 격랑 속에 휩싸이게 됐다. 여론조사 기관인 ‘펄스 폴’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리자 지지율이 28.5%로 집권 신민주당 25%에 비해 3.5%포인트 높았다. 시리자의 당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집권 땐 구제금융 대가인 긴축재정을 폐지하고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해 부채 상환 일부 유예 및 탕감을 받겠다고 공언해왔다. 치프라스는 대선 부결 뒤 “그리스 민주주의에서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의 주장은 독일이 주도하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들) 경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유럽 금융가에서는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 집권을 우려하고 있으며, 아테네 증시는 이날 대선 부결 직후 장중 11.4% 폭락했다.
하지만 시리자가 신민주당을 압도할 만한 지지율을 얻고 있지는 못해서, 총선에서 치프라스가 정권 획득에 성공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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