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프랑스 패션기업 니나 리치의 상속인인 아를레트 리치.
HSBC 스위스 계좌에 215억 숨겨
부동산 압류·벌금 11억원도 선고
프랑스 법원, 딸도 집행유예 8개월
부동산 압류·벌금 11억원도 선고
프랑스 법원, 딸도 집행유예 8개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기업 니나 리치의 상속인이 탈세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에이치에스비시(HSBC) 스위스 지점이 고객 12만명에게 1800억유로에 대한 탈세를 도와준 이른바 ‘스위스 리크’ 스캔들이 터진 이후, 이 사건과 관련된 거물이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다.
프랑스 파리 법원은 13일 니나 리치 상속인인 아를레트 리치(73)가 아버지 로베르트에게 물려받은 유산 1870만유로(약 215억8000만원)를 20년 이상 세무당국에 숨겨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과 벌금 100만유로(약 11억5000만원)를 선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법원은 리치 소유의 파리와 코르시카의 420만달러 상당 부동산도 압류한다고 밝혔다. 니나 리치는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마리아 니나 리치와 그의 아들인 로베르트가 1932년 파리에서 설립한 회사로, 아를레트는 마리아 니나 리치의 손녀다.
법원은 “(리치가) 확고한 의도를 가지고 유산을 숨겨왔다”며 “이는 공공질서와 공화국의 약속에 대한 예외적 위협”이라고 했다. 리치는 유산을 파나마 등 조세회피처에 숨기는 방법으로 세무당국의 감시의 눈길을 피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법원은 리치의 51살 딸에 대해서도 탈세 혐의를 인정해 8개월의 집행 유예를 선고했다.
리치는 그동안 법정에서 합법적 방법으로 절세를 했을 뿐 탈세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리치의 변호인은 이날 판결에 대해 “국외에 계좌가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한 으름장”이라고 주장했다. 리치의 변호인은 항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판결에 앞서 탈세를 도운 에이치에스비시 자체에 대해서도 형사 사건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에이치에스비시는 이에 대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사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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