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을 위해 룩셈부르크에 온 압둘라 굴(오른쪽) 터키 외무장관이 유럽연합 의장국인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룩셈부르크/AP 연합
오스트리아 반발 무마… 가입협상 시작
‘기독교 중심 유럽연합’ 넘어설 새 지평
유연한 협상 전통 볼 때 실패확률 낮아
이슬람 국가인 터키와 유럽연합(EU)이 4일부터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3일 밤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협상 개막행사에 참석한 압둘라 귈 터키 외무장관은 “터키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자축했다.
1959년 가입신청서를 낸 바 있는 터키는 46년 만에 공식 절차가 시작됨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이 될 꿈에 부풀었다. <비비시>는 역사적으로 유럽연합 가입 협상에서 당사자들이 모두 유연성을 보여왔다며, 협상이 실패할 확률은 적다고 내다봤다.
극적 합의와 과제=터키의 가입 협상은 애초 협상 개시 예정일이었던 3일을 앞두고 오스트리아가 터키에 회원국 대신 ‘특별협력국’ 지위를 주자는 긴급 제안을 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회의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의장국인 영국 등 유럽연합 주요 국가들이 오스트리아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미국도 긴급히 나서 터키에는 가입 조건을 수락하고, 키프로스 등에는 터키 가입 반대를 자제해줄 것을 권유했다.
극적인 합의는 오스트리아가 카드로 내세운 동맹국 크로아티아의 가입 협상 개시 요구를 유럽연합이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3월로 예정됐던 크로아티아의 가입 협상은 크로아티아가 유고 전범 인도에 협조하지 않아 보류됐었다. 그러나 최근 크로아티아가 적극 협력을 약속함에 따라 11월엔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외교관들은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터키 가입 협상 개시에 대해 “유럽연합이 ‘기독교 클럽’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날 합의는 유럽연합 헌법 부결 등 우울한 일이 계속돼온 유럽연합엔 한줄기 서광이라고 <에이피통신>은 풀이했다.
그러나 터키가 회원국이 되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핵심은 터키가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수많은 정치·경제·사회적 개혁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느냐다. 아직도 유럽연합 내부에 반대가 우세한데다, 프랑스·오스트리아 등의 가입 비준 국민투표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의 2007~13년 예산이 이미 짜여 있는 점 등을 들어, 터키의 가입 시기는 일러야 2014년, 늦으면 2020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 안팎의 상황=터키 안팎의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구 7천만에 이르는 터키의 경제환경이 조금씩 안정돼가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한자리수로 떨어졌고, 정부는 지출 동결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고삐를 잡기 시작했다. 내년엔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가 예정돼 있어 외국인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터키의 경쟁국인 그리스의 태도도 누그러졌다. 에게해 영토 분쟁, 키프로스 승인 문제 등으로 터키와 갈등을 빚어온 그리스는 유럽연합과 나토의 거듭된 압력과 무조건적인 반대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태도를 완화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맹주인 미국도 터키 가입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미국은 터키를 친서방적이면서 민주적인 이슬람 국가의 모범으로 내세우고 싶어한다. 가입이 성사될 경우 터키가 받는 혜택은 엄청나다. 가입 처음 몇년 동안에 받을 농업보조금과 지역개발기금만도 165억유로(약 20조원)에 이른다. 터키의 매력은 유럽의 노동력 부족을 메울 수 있는, 숙련도 높은 기능인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보고서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맹주인 미국도 터키 가입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미국은 터키를 친서방적이면서 민주적인 이슬람 국가의 모범으로 내세우고 싶어한다. 가입이 성사될 경우 터키가 받는 혜택은 엄청나다. 가입 처음 몇년 동안에 받을 농업보조금과 지역개발기금만도 165억유로(약 20조원)에 이른다. 터키의 매력은 유럽의 노동력 부족을 메울 수 있는, 숙련도 높은 기능인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보고서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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