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유로존-부채탕감 양립 불가” 밝혀
볼프강 쇼이블레(73) 독일 재무장관이 또 그리스가 유로존(유로를 쓰는 유럽 19개국)에서 탈퇴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독일 정부 안에서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 의회가 긴축 법안들을 통과시킨 16일 독일 라디오 <도이칠란트풍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렉시트 가능성을 또다시 거론했다. 그는 그리스를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방안에 대해 질문을 받자, “우리가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고 원하지도 않으며 누구도 그러라고 제안한 적도 없다”며 “하지만 그리스에는 그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주 전만 해도 그리스와 잔여 구제금융 집행 협상을 하더니 이제는 800억유로 이상의 (새로운) 구제금융 협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헤어컷(부채 탕감) 없이 그리스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모두가 유로존과 헤어컷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주지 않는 한 그리스 경제 회생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빚을 깎아줄 수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리스는 일시적으로라도 그렉시트를 선택하는 편이 현명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쇼이블레 장관은 독일 의회의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에 대한 찬반 투표에 앞서 하원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3차 구제금융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앞서 그리스 부채 경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 구제금융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부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쇼이블레가 국제통화기금의 3차 구제금융 불참을 그렉시트의 구실로 삼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16일 전화 회의를 통해서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에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한 주 간 9억유로를 늘렸고, 그리스는 이 돈으로 은행 영업을 20일부터 재개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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