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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비판언론’에 ‘반역죄’ 씌우려는 검찰총장 날라가

등록 2015-08-05 21:59수정 2015-08-06 08:16

독일 정보기관 온라인 감시 폭로 기자
반역 혐의 수사…사회 반발 불러
“사법권 침해” 성명 낸 검찰총장 해임

독일 언론 “언론자유 침해 막아” 평가
“나치 경험 뒤 국가권력 민감” 분석
독일 정보기관의 온라인 감시 확대를 폭로한 기자들을 국가반역 혐의로 수사하던 독일 검찰의 수장이 해임당했다. 독일 언론들은 ‘검사의 반란’을 사회가 힘을 모아 진압했다는 평가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각) 하랄트 랑게 검찰총장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해임한다고 밝혔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해임한 이례적인 사태가 일어난 계기는 검찰의 언론사 수사 때문이었다. 독일 검찰은 인터넷 매체인 <네츠폴리티크>가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의 온라인 감시 활동 확대 움직임을 폭로한 기사를 문제 삼아, 이 매체 기자 2명을 국가반역 혐의로 수사해왔다. 디지털상의 권리를 주로 다루는 <네츠폴리티크>는 지난 1월에는 헌법수호청이 온라인 감시 활동을 위한 자금 확충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4월에도 헌법수호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감시를 위한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폭로했다.

독일 검찰, 언론사 반역 혐의 수사 사건 일지
독일 검찰, 언론사 반역 혐의 수사 사건 일지
<네츠폴리티크>는 헌법수호청 내부 문서를 근거로 일련의 보도를 했는데, 독일 검찰은 보도에 쓰인 헌법수호청 문서가 기밀문서이기 때문에 반역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알려지자, 독일 언론과 시민사회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라며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결국, 랑게 검찰총장은 지난달 31일 <네츠폴리티크> 기자들에 대한 반역 혐의 기소를 보류했다.

사건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을 듯했으나 4일 랑게 검찰총장이 마스 법무부 장관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랑게 총장은 마스 장관이 자신에게 <네츠폴리티크> 기자들에 대한 기소를 보류하라는 식으로 압력을 가했다며 “이는 참을 수 없는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자유는 소중하지만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마스 장관은 랑게 총장의 성명이 나온 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동의를 얻어서 곧바로 랑게 총장을 해임했다. 마스 장관은 <네츠폴리티크> 기자에 대한 기소 보류는 랑게 총장과 협의한 결과라며, 랑게 총장의 성명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사태를 오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요아힘 빌란트는 <데페아> 통신에 “검사는 판사가 보장받는 정도로 독립성을 보장받는 게 아니다”며 랑게 총장의 ‘사법권 독립 침해’ 주장을 비판했다.

독일 언론들은 검찰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시사잡지 <슈피겔>은 이번 사태를 “해고만 부른 검사의 반란”이라고 꼬집었다. <디 벨트>는 언론자유가 침해받을 뻔했으나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사회가 힘을 합쳐 구해냈다고 평했다. 지난 1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시민 1000여명이 모여 <네츠폴리티크> 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네츠폴리티크>는 이번 사태 뒤 5만유로(약 6375만원) 이상을 기부받았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독일에서 언론자유는 특히 민감한데, 이는 20세기에 전체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인 듯하다고 짚었다. 나치를 경험한 터라 국가권력의 비대화가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잘 알기 때문에, 독일인들에게 언론자유는 단순한 학문적 토론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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