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슬로베니아와의 접경지역에 있는 오스트리아 슈필펠트에 있는 난민촌에서 난민들이 이동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난민들은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독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스트리아는 최근 난민 유입이 증가하자 슈필펠트를 포함한 슬로베니아 국경지역에 장벽을 건설할 뜻을 밝혔다. 슈필펠트/EPA 연합뉴스
헝가리의 철조망 건설을 비난했던 오스트리아가 난민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르터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각료 회의 뒤, 매일 수천명의 난민이 들어오고 있는 슬로베니아와의 국경 주요 지역에 장벽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28일 전했다. 요한나 미클 라이트너 내무장관도 구체적인 날짜는 밝히지 않은 채 “앞으로 10일 안에 기술적 장애물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솅겐 조약(유럽연합 회원국간의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보장) 위반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오스트리아는 기술적 보안 강화를 뜻할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파이만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만나 “유럽에 장벽은 설 자리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냈다. 라이트너 내무장관도 장벽이 “질서 있고 통제된 입국을 위한 것”이며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라이트너 장관은 “게다가 장벽에는 문도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오스트리아가 모호한 입장으로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는 난민 문제를 둘러싼 유럽 내 깊은 갈등의 골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가 장벽 건설 의지를 밝히자, 인구 200만명의 소국이지만 9만명 가량의 난민이 들어와 있는 슬로베니아도 유럽연합이 적절한 조처를 취해주지 않으면 자국과 크로아티아 사이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다. 난민들은 주로 독일로 향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는 독일로 향하는 관문이 되고 있다. 독일로 가는 헝가리 경로가 헝가리의 철조망 건설로 막히자,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의 부담이 가중돼 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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