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교황청 회계 책임자 컴퓨터가 해킹당한 사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처에 불만을 품은 내부자 소행인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바티칸 보안당국이 바티칸 최고 회계 책임자인 리베로 밀로네의 피시(PC)를 해킹해 정보를 빼내려 한 이들이 누구인지 수사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밀로네는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에서 30년 이상 일한 회계 분야 전문가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회계 책임자로 임명한 인물이다.
신문은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하는 바티칸 재정 개혁에 반감을 품고 있는 바티칸 내부 인사 누군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바티칸 내부 누군가에게는 영향력 상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유력한 해킹 용의자로는 바티칸 내부 인사이며 고위 성직자를 뜻하는 ‘몬시뇰’ 한명이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오랫동안 돈 세탁 추문에 시달려왔다. 2013년 유럽의회 돈세탁 감시기구는 바티칸은행과의 거래에서 돈 세탁과 연루된 의심스러운 거래가 105건 있었다고 발표했을 정도였다. 2013년 6월에는 교황청 회계 업무를 담당해온 눈치오 스카라노 신부가 돈 세탁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2013년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돈 세탁 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바티칸은행의 은행장을 교체하고 투자 업무를 금지시키며 외부 회계 검사를 받게 하는 개혁 조처를 단행했다.
<텔레그래프>는 교황청 컴퓨터 해킹 사건은 최근 바티칸 내부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바티칸에서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황청은 이 소문을 강력히 부인하며, 소문을 낸 의도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흠집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누군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판단력이 온전치 않다는 인상을 주려고 이런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교황청은 판단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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