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장관 “차별 근거한 금기 없애”
프랑스 정부가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에게 30년 넘게 적용했던 헌혈 금지 정책을 폐지한다.
마리솔 투렌 프랑스 보건장관은 4일 성명에서 “헌혈은 사회적 책임과 관대함에서 나오는 행동으로 성적 지향이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환자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차별에 근거한 금기는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1983년부터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 헌혈을 금지했다.
1980년대는 세계적으로 에이즈 공포가 극대화되었던 시기이며, 프랑스에서는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 유통돼 수백명이 숨진 일이 벌어졌던 때다. 에이즈 감염 혈액은 당시 프랑스 밖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 헌혈을 금지하는 조처가 동성애가 이성애보다 위험하다는 편견을 나타내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투렌 장관은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에 대한 헌혈 금지를 두 단계로 나누어 철폐한다고 밝혔다. 1단계로 내년 봄부터는 헌혈 전 12개월 동안 남성이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맺지 않은 경우에 한해 헌혈을 허용한다. 혈장만 헌혈하는 경우에는 제한이 더욱 줄어든다. 헌혈 전 다른 남성과 성관계가 4개월 동안 없던 남성 또는 파트너 1명뿐이었던 게이는 혈장 헌혈이 가능하다.
프랑스 보건부는 2017년부터는 이성애자와 같은 수준의 제한만을 두는 조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에서 이성애자도 헌혈 전 4개월 동안 성적 파트너가 2명 이상이었던 경우에는 헌혈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제한은 에이즈가 잠복 기간이 있어, 감염 뒤 일정기간까지는 검사를 해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이미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가 헌혈 전 12개월 동안 다른 남성과 성관계가 없을 경우에 헌혈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에 대한 헌혈 금지를 폐지하고 영국과 네덜란드식 규제만 남기자는 권고안을 지난해 말 채택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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