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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파리 테러’ 핵심포인트 8가지…“프, 9·11같은 충격”

등록 2015-11-14 18:09수정 2015-11-16 22:25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테러를 일으킨 이들의 정체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나온다. 파리=AP연합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테러를 일으킨 이들의 정체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나온다. 파리=AP연합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인터뷰
13일 금요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동시다발 총격 테러로 127명이 사망했다. 이번 테러는 올초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 사건과 올 여름 시리아와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몰려든 난민 디아스포라 문제에 이어 또다시 유럽과 세계에 과제를 던지고 있다. 14일 오후 중동정치 전문가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테러를 계기로 짚어봐야 할 핵심 포인트 8가지를 정리해봤다.

1. 이번 동시다발 테러와 올해 초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다르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무함마드 풍자 등 만화에 대한 맞춤형 보복 테러였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건물을 치고 올라가서 사람들을 남녀로 나누고 신분을 확인한 뒤 만화 연관자들을 하나씩 확인 사살했다. 반면 이번 테러는 레스토랑이나 공연장, 축구장 등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곳에서 일반적인 파리지앵들을 대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테러였다. 거리에서 주말 오후에 사람들이 평온하게 있었던 상황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테러였기 때문에 테러의 양상이나 목표가 다르고, 프랑스 사회가 받은 충격도 다를 것이다. 프랑스에는 미국의 9.11 테러와 같은 충격이 있을 것이다.”

2. 테러 가능성에 대해 사전 경고가 있었다

“그렇다. 프랑스에도 대테러 정보기구가 있고 나름대로 대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테러리스트들의 기획이 그 대응을 압도했다. 프랑스 사회나 서유럽의 정보기관이 여러 가지 테러 가능성에 대한 시그널을 던진다고 해도, 미국의 애국법처럼 제약을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어떤 목적이 있었던 표적 테러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무차별 테러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대처했을 수 있다.”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테러를 일으킨 이들의 정체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나온다. 파리=AP연합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테러를 일으킨 이들의 정체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나온다. 파리=AP연합
3. 세계의 ‘외로운 늑대’들에게 IS와 알카에다는 의미가 다르다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은 테러범이 “알라 후 아크바르(알라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증언이 나왔음에도, 14일 오후 현재까지 아직 이번 테러가 IS의 소행인지 확인되진 않았다는 점이다. 14일 저녁(현지 시간 14일 오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지목했다. 이를 전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IS와 알카에다는 크게 볼 때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세력이라는 정체성, 자신들이 직접 테러를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별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전 세계의 ‘외로운 늑대’들,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불만에 가득한 사람들이 보기에 물리적으로 합류하기 어려운 알카에다보다는 IS 국가가 가지는 존재감이 훨씬 더 크다. 국가를 선포한 IS의 응집력은 대단하다. 전 세계의 ‘외로운 늑대’들에게 지금이라도 터키 국경을 넘어서 무사히 잠입을 하기만 하면 동지들이 있는 내 나라가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테러를 벌일 수도 있다.”

4. 시리아 전선의 교착 상태가 불안한 전조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만 빼고 모든 나라가 시리아를 공습하고 있다. 그런데 지상전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IS의 전투력이나 화력을 시리아나 이라크 정부군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100여개의 외국에서 온 3만명의 지하디스트가 IS에 합류해 있다. 전쟁이 고도화했다면 모르지만, 1년이 넘었는데 전선이 그대로인 고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외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를 통해 교착 상태를 흔들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공포를 확산하고 존재감을 증진시키기 위한 테러의 아웃리치(확산)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5. 유럽 극우주의 세력은 이번 테러를 반긴

“프랑스의 국민전선도 그렇고, 독일에서는 페기다(Pegida·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가 지속적으로 무슬림의 축출을 주장해왔다. 그들에게 이번 테러 이상의 호재가 있을까. 만약 이번 테러가 IS나 현지 무슬림 거주자들이 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급격히 그들의 목소리가 강해질 것이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와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이 똘레랑스를 가지고 계속 포용하는 정책을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지성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겠지만 말이다. 모든 극단주의자들은 통하는 것 같다. 서로 이익을 보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목적을 함께 드라이브 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6. 오바마는 국내 대테러 방지에 집중할 것이다

“권력 교체기에 있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고민만 많아질 것이다. 다만 모든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이다. IS 문제와 관련해서도 요인 보호, 인질 구출 등과 같은 특정한 목적에 의해서만 특수 부대를 투입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일 뿐 전면전을 위한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도 국내에서 일어날 테러에 대한 위험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내 공화당 대선 후보들과 우파들이 대테러 관련 분위기를 제기할 것이고,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니 선거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테러와 관련한 조처를 강화할 수 있다.”

7. 절대 다수 아랍과 무슬림들은 테러를 규탄한다. 하지만…

“소수의 테러리스트들을 제외하고 99%보다 더 많은 숫자에 이르는 아랍인들과 무슬림들은 IS를 규탄하고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아랍의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로 보기에 국제 사회에 불편한 점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세계가 IS 세력과 알카에다 세력들이 목소리를 내고 만행을 저지르게 만든 원인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경우에도, 아사드 정권이 4년 동안 25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였다. 우리에겐 IS가 더 잔인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은 IS가 외국인들, 특히 백인 앵글로 색슨 등을 참수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외부에 있는 우리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직접 위협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사드 정부는 더 잔혹한 방법을 썼다. 화학탄으로 죽이고 고문으로 죽이고 전폭기를 투입해 죽였다. 그런데 아랍 사람들 입장에선 아사드 정부가 25만명을 죽일 때는 국제사회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IS에 대해서는 방방 뛰니까 그 이중적인 면모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이 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 파리지앵 12명이 죽자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나타나 손을 잡고, 그곳에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까지 나타났다. 12명의 죽음과 시리아인 25만명의 죽음은? 여기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아랍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혼란 속에서 가치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아랍이 더 분노하는 건 (아사드와 손잡고 IS를 공습하고 있는) 러시아다. IS도 궤멸하여야 하지만, 아사드를 좀 어떻게 하라는 목소리를 아랍인들이 내고 있다.”

8. 한국이 특별히 테러에 위험하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한국에 대규모의 무슬림 공동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공동체가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고 있지도 않다. 런던이나 파리같이 같은 커뮤니티에 살고 있는 로컬 세력이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도 적다. 다만 서울도 대도시이고, 한국이 중동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폭넓은 대처는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도 위험하다’, ‘IS 잠입 세포가 있다’고 말하는 순간, 이것이 외국인 혐오로 갈 위험이 있다. 혹시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파리와 우리의 상황을 등치시켜서 우리도 배타적인 인종혐오 등 극우주의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답이 없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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