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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괴한 3명 수류탄 던지고 20여분 난사…“대학살이었다”

등록 2015-11-15 19:40수정 2015-11-15 21:41

바타클랑 공연장 ‘악몽의 3시간’
바타클랑 콘서트홀 2층 창밖에 한 여성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총성은 그칠 줄 몰랐다. 건물 비상구 밖으로 혼비백산한 젊은이들이 뛰쳐나왔다. 어떤 이는 부상당한 사람을 간신히 끌고 거리로 나섰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소리가 밤 하늘을 채웠다.

미국 록밴드 공연 열리던 밤
“신은 위대하다” 외침과 총성
테러범들, 2시간여 인질극끝
2명 자살폭탄…1명은 경찰에 사살

프랑스 일간 <르몽드>기자 다니엘 프세니가 13일 밤 찍은 영상에는 파리 동부 11구 볼테르가에 위치한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일어난 테러 당시의 처참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날 밤 9시20분부터 불과 3시간 동안 파리 시민들의 일상을 공포로 몰아넣은 6건의 테러 가운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장소는 바타클랑 콘서트홀이었다. 이 곳에서만 적어도 89명이 숨졌다.

바타클랑 콘서트홀은 올해 1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로부터 공격을 받은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사무실에서 2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바타클랑에서 유대인 단체의 정기적인 회의나 축제가 열렸던 까닭에, 이곳이 이슬람주의 단체의 공격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13일 밤, 이 콘서트홀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록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199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그룹은 네번째 앨범을 내놓고 유럽 투어 공연에 나선 참이었다. 최대 1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 표는 모두 팔린 상태였다. 콘서트홀 안에는 1000여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연이 1시간가량 이어진 9시40분, 괴한 3명이 AK-47 소총을 난사하며 콘서트홀로 들이닥쳤다. 괴한 중 한명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음악에 취해있던 관객들은 눈 앞의 위협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생존자는 위성방송 <프랑스24>에 “음악을 듣고 있던 중에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정말 (총을 쏘고 있다고) 믿지 못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의자 뒤로 숨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공연장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무차별 총기 난사는 20분간 계속됐고, 수류탄도 터졌다. 생존자인 프랑스 라디오 방송 <유럽1>기자 쥘리앙 피에르는 사건 당시를 “대학살 현장 같았다”고 했다. 밤 10시께 프랑스 경찰들이 극장 밖을 둘러싸자, 테러범들은 생존자들을 인질로 잡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넘는 대치가 계속됐다. 새벽 0시20분, 프랑스 경찰특공대가 극장 안을 급습하자 테러범 2명은 몸에 두른 조끼를 폭발시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명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앞서, 이 콘서트홀 주위 식당과 술집에서도 금요일 밤을 즐기고 있던 젊은이들과 관광객을 향한 연쇄 총격 테러가 벌어졌다. 9시25분께 검은 차량에서 내린 2~3명의 괴한들은 비샤지구에 위치한 캄보디아 식당, 피자 가게 인근, 술집 등에서 총을 난사해 15명이 숨졌다. 괴한들이 거쳐간 곳에는 100여발이 넘는 탄피가 남았다.

당시 총격을 피해 살아남은 이탈리아인 에밀리오 마치아는 <에이피>(AP) 통신에 “한 소녀가 자신이 살고 있던 건물 문을 열고 우리를 피신시켜줬다. 다른 10~15명과 함께 숨어 있었다”고 다급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괴한들은 비샤지구 인근 샤론가에 위치한 식당을 향해서도 총을 겨눴고, 테라스에 앉아 있던 시민 등 19명이 희생됐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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