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테러 용의자 탓
폴란드 “보안에 문제 난민 못받아”
프랑스 국민전선, 국경통제 촉구
적극 수용 독일도 거부감 확산될듯
폴란드 “보안에 문제 난민 못받아”
프랑스 국민전선, 국경통제 촉구
적극 수용 독일도 거부감 확산될듯
파리 테러 용의자 중에 시리아 난민으로 분류됐던 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면서, 난민 대책을 둘러싼 유럽 국가들 사이의 갈등도 더 커질 조짐이다.
프랑스 당국이 파리 테러 현장에서 시리아 여권을 발견해 그리스에 확인을 요청했더니, 그리스 정부가 “10월3일 그리스 레로스 섬을 통해 입국한 난민의 여권이 맞다”고 했다. 그리스 정부는 여권이 이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지만, 이번 테러사건 용의자에 시리아 난민 대열에 끼어 잠입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의 일반적인 유럽 유입 경로는 터키를 통해 바다를 건너 그리스로 간 뒤, 그리스에서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을 거쳐 독일 등 서유럽 국가로 가는 길이다.
지난달 보수 우파 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집권한 폴란드에서 먼저 난민 유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4일(현지시각) 전했다. 유럽부 장관인 콘라트 시만스키는 “이번 공격은 난민 위기에 대한 유럽의 정책을 더 깊게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해준다”며 “우리는 보안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올해 80만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지난 9월 회의를 열어서 12만명을 회원국들이 분산 수용하기로 합의했지만,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반대가 컸다. 폴란드는 다른 회원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은 9000명을 받기로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시만스키 장관은 “난민 할당 결정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유효하다. 하지만 실행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난민 할당에 반대해온 또다른 동유럽 국가인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국경 보안 검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모든 사람은 보안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유럽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우파 정당의 발호와 극우 민족주의가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달 프랑스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이 더욱 득세할 수 있다. 국민전선 대표인 장 마린 르펜은 난민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경을 통제하라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 안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 가맹국이다. 르펜 대표는 “프랑스와 프랑스인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유럽연합이 뭐라고 이야기하든 프랑스가 국경을 다시 통제하는 게 필수적이다. 국경이 없이는 보안과 보호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였던 독일에서도 파리 테러로 난민 수용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독일에서는 내무부가 최근 시리아 난민 무조건 수용 원칙을 폐기하는 조처를 취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8월 시리아 출신 난민 무조건 수용을 선언했지만, 이후 집권 기독민주당 내에서도 난민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온다며 반발하는 이들이 많았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정부 재무장관은 14일 트위터에 “우리는 불법적이고 통제되지 않은 이민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신중론도 강하다. 시리아 난민 무조건 수용 원칙을 폐기한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를 난민 상황과 성급히 연결하지 말라고 호소한다”며 “난민 위기 대응을 테러리즘 대응과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