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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9·11과 또다른…“가장 걱정하던 형태의 테러 출현”

등록 2015-11-16 19:31수정 2015-11-17 10:26

IS 테러 특징

서구 사회의 상징적 공간 대신
쉽게 접근가능 ‘소프트 타깃’ 목표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 노려
사용무기도 개인화기 등 최소화
알카에다의 전략과 확연한 차이

“가장 걱정하던 형태의 테러가 출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프랑스 파리 테러에 대한 서구 정보기관과 테러리즘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동안 이슬람 무장세력이나 동조자들이 선보여온 테러 행태와 구별되는 새롭고도 한층 더 위험한 테러의 양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노린 이런 방식의 테러를 막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테러는 목표대상 선정과 사용 무기, 실행 방식 등에서 기존의 흐름을 벗어난다. 이슬람국가 출현 이전까지 이슬람 테러의 대명사로 불려온 알카에다는 물론, 한동안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던 ‘외로운 늑대’ 유형의 테러와도 다른 특징을 띤다. 알카에다는 2001년 9·11 테러에서 보여줬듯이 서구 사회를 상징하는 장소를 테러 대상으로 삼아왔다. 오랜 기간의 준비를 통해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를 충돌시켜 마치 미국 패권주의가 붕괴되는 듯한 느낌을 창출했다.

하지만 파리 테러는 장소의 상징성보다는 저항이나 제지없이 쉽사리 다중에 접근해 대량 살상을 할 수 있느냐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파리 테러범들은 ‘소프트 타깃’을 배타적으로 겨냥했다”며 “권력구조의 접속점을 공격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는) 겉치레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 타깃 테러는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장소나 사람을 겨냥한 것으로, 침투나 공격이 어려운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하드 타깃’ 테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테러를 일으킨 이들의 정체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나온다. 파리=AP연합
13일 프랑스 파리 극장과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150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을 폐쇄했다. 테러를 일으킨 이들의 정체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나온다. 파리=AP연합
사용 무기 또한 개인용 소형화기와 자살폭탄용 조끼 등으로 최소화했다. 보안 검색을 피하면서 인명 살상 효과는 최대화할 수 있는 무기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바라봤다.

테러 기획과 실행에서도 차별점을 드러냈다. 상징성을 노린 알카에다의 테러가 상당한 자금과 시간을 요구했던 반면, 다중 살상에 초점을 맞춘 파리 테러는 비교적 소규모 인원이 단기간의 준비를 거쳐 기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파리 테러에 비길만한 사건으로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에서 벌어진 도시 게릴라형 무차별 총격을 꼽았다. 당시 소총을 든 10명의 이슬람 무장세력이 나흘 동안 164명을 무차별 살해하면서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브루스 리델은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정치 관련 블로그에 “파리 테러범들은 (뭄바이 형식의 도시형 테러에) 자폭 조끼를 더해 학살 규모를 키웠다”고 썼다.

파리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개인들의 ‘외로운 늑대’ 유형 테러와도 구분된다. 무차별 살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이슬람국가 자체와 동조 세력의 조직적 협업을 통해 대규모 살상이 이뤄졌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알카에다와 외로운 늑대 유형을 혼종시켜 좀더 기동성 있게 움직이면서 상징성보다는 보안의 취약성과 대량 살상 그 자체를 노리는 최악의 테러 유형을 이슬람국가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물론 이슬람국가가 기존 테러 방식을 전면적으로 폐기한 것도 아니다. 실제 러시아 여객기 폭파 테러나 베이루트 자살 테러 등은 이슬람국가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테러 방식을 조합해 실행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파리 테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바타클랑 콘서트홀이 포함된 것은 최근까지 유대인이 소유주였고 친이스라엘 행사에 자주 대관됐다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프랑스 <르몽드>가 전했다.

하지만, 파리 테러가 서구 국가에 더 크고도 새로운 숙제와 두려움을 안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전직 프랑스 대외안보총국(DGSE) 요원 이브스 트로티농은 “일단 (소형화기를 동원한 대량살상 방식의) 테러가 시작되면, 그걸 막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파리 테러는 이라크나 시리아 등에서 자살폭탄 테러 등으로 일상화한 혼란을 서구 등 비이슬람권 사회에 재현함으로써, 중동 문제에 대한 외부의 개입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에 따른 행위로 풀이된다. 더 무시무시해진 공포 앞에서 세계 각국의 우려 또한 깊어가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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