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노동자 해고 등 반대 좌파정당
창당 2년도 안돼 69석 차지
신생 우파 ‘시우다다노스’ 4당으로
과반 정당 없어 연정 구성해야
노동자 해고 등 반대 좌파정당
창당 2년도 안돼 69석 차지
신생 우파 ‘시우다다노스’ 4당으로
과반 정당 없어 연정 구성해야
스페인의 신예 급진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가 창당 2년도 되지 않아 제3당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로써 스페인 정치를 30여년간 지배해온 양당 체제가 붕괴됐다.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는 20일 열린 하원의원 선거에서 총 350석 가운데 현 집권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이 123석을 차지했다고 21일 전했다. 이어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90석, 포데모스가 69석, 신예 중도 우파 정당인 시우다다노스가 40석을 차지했다. 전통적인 양대 정당인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이 1위와 2위를 차지했지만, 어느 정당도 과반(176석)을 얻지 못했다. 스페인에서는 독재자 프랑코 총통이 1975년 숨진 이후 과도기간을 거쳐 1982년 총선부터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이 서로 정권을 주고받는 양당 체제가 지속되어왔다. 이번 총선으로 양당 체제 대신 4당 체제가 스페인 현대사에서 처음 등장했다.
4당 체제를 이끈 대표 주자는 신예 좌파 정당 포데모스다. 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의 포데모스는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1년 수도 마드리드에서 정부의 과도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시작된 ‘분노하라’ 시위에 뿌리를 둔 정당이다. 시위 지도자들이 지난해 1월 포데모스를 창당하며 정치세력화했다. 그리스 집권당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와 마찬가지로 긴축정책 반대, 국제채권단에 대한 스페인 채무 재조정을 주장했다. 37살로 포데모스 대표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이윤을 내는 기업 노동자의 해고 금지, 무분별한 민영화 반대를 주장해왔다. 포데모스는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5석을 확보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올해 5월 열린 지방선거에서는 포데모스가 참여한 좌파연합 시장 후보가 마드리드와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당선됐다.
중도 우파 정당인 시우다다노스(‘시민들’이란 뜻)도 기성 정치판을 뒤흔든 또다른 축이다. 시우다다노스는 원래는 카탈루냐 지역 정당으로 최근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의 반대를 외치며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주장하는 정당이다.
30여년 만의 양당 체제 붕괴 배경에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스페인에서 계속되고 있는 사회 경제적 불안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스페인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피했지만, 국민들은 오랜 긴축정책에 지쳐 있다. 유럽연합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스페인의 실업률은 21.6%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19개국) 평균 10.7%의 갑절이 넘는다. 스페인보다 실업률이 높은 유럽연합 국가는 그리스(24.6%)뿐이다.
총선 뒤 누가 집권할지는 불투명하다. 국민당 대표이자 총리인 마리아노 라호이는 자신들이 제1당이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연정 구성이 쉽지 않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면 사회노동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념적으로 보자면 시우다다노스와 연정을 구성할 만하지만, 과반이 되지 않아 불안한 정부가 될 수 있다. 좌파도 사회노동당이 포데모스를 포함해 범좌파 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이 있지만, 포데모스는 사회노동당과 연정 구성에 부정적이다. 두달 안에 연정 구성이 실패하면 스페인은 내년 초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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