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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캐머런 “영어 못하는 무슬림 여성 추방할 수도”

등록 2016-01-19 19:52

데이비드 캐머런(가운데) 영국 총리가 18일 잉글랜드 북부 리즈에 있는 여성 센터를 방문해 영어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무슬림 여성은 비자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리즈/AFP 연합뉴스
데이비드 캐머런(가운데) 영국 총리가 18일 잉글랜드 북부 리즈에 있는 여성 센터를 방문해 영어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무슬림 여성은 비자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리즈/AFP 연합뉴스
입국 2년반 뒤 영어실력 안늘면
10월부터 비자 연장 거부 시사
“사회통합 안돼 극단주의 빠질 우려”
여야 모두 “낙인찍기 역효과” 비판
“교육비 깎더니 영어 강조” 꼬집기도
영어를 못하는 무슬림 여성은 영국을 떠나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어를 못하는 무슬림 여성에 대해서 비자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18일 영국 공영 방송 <비비시>(BBC) 라디오에 출연해 5년 기한 배우자 비자로 영국에 들어온 이들은 입국 2년 반이 지났을 때 시험을 봐서 영어 실력이 늘지 않으면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캐머런 총리는 오는 10월부터 이런 조처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언어 실력이 늘지 않는 이들은 영국에 머물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어를 못하면 영국에서 쫓아낼 수도 있다는 뜻까지 내비친 이유가 무슬림 여성과 자녀의 극단주의 경도 우려 때문이라고 특정했다. “나는 영어를 못하는 것과 극단주의가 일종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며 “하지만 영어를 못하면 (영국 사회에) 통합될 수 없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 직면할 수 있다. 그리고 극단주의의 메시지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무슬림 사회에서 일부 가부장적인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을 원하지 않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 내 무슬림 여성의 22%인 19만명이 영어를 전혀 또는 거의 못한다고도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무슬림 여성의 영어 교육을 위해 2000만파운드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캐머런 총리의 구상에 대해서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의 앤디 버넘 의원은 캐머런 총리의 구상에 대해 “어설프고 단순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버넘 의원은 캐머런 총리의 구상은 무슬림 사회 전체에 대해 극단주의라는 낙인을 찍는 역효과를 내서 “극단주의를 막기보다는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야당인 자유민주당 대표 팀 패런은 성명을 통해 “캐머런 총리는 자신이 돕겠다고 하는 사람을 오히려 고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무슬림 여성위원회는 “우리는 총리가 무슬림 여성의 영어 교육을 위해 추가로 기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서는 환영한다. 하지만 영어 실력 부족과 극단주의를 연결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캐머런 총리가 대표로 있는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캐머런 총리와 함께 보수당 공동의장을 지냈던 사예다 와시는 캐머런의 계획에 대해서 “게으르고 잘못된 생각”이라며 “영국 무슬림 사회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와시는 “우리 부모님이 영국에 왔을 때 영어를 거의 못했다. 어머니는 영어 교실에 다녔지만 지금도 영어를 잘 못한다”며 영어 실력 부족과 사회 통합을 바로 연계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꼬집는 이들도 있다. 캐머런 정부는 지난해 이민자 영어 교육 프로그램 지원금 4000만파운드를 삭감했는데, 이제 와서 영어 교육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가 제시한 근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가디언>은 사설을 통해서 “총리가 영어 실력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추방될 수 있다는 뜻을 말했다. 이는 가족을 강제로 떨어뜨려 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이지 않느냐? 영국 무슬림들에게 애정 표현으로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총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들릴 것이다”고 비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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