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 제재 강화 나서자
옵저버 “정부, 의원들에 반대 유도”
옵저버 “정부, 의원들에 반대 유도”
영국이 구글의 조세회피 통로 노릇을 한 버뮤다 제도를 유럽연합 차원에서 규제하자는 움직임에 반대 로비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정부가 겉으로는 조세회피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하고는 막후에서는 오히려 이를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버뮤다는 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섬으로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 조세회피처로 꼽힌다. 구글은 미국 외 지역 매출에서 거둔 이익 300억파운드(약 52조원)를 버뮤다에 예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저버>는 30일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대표적 조세회피처에 대해 제재를 가하자는 움직임이 일자 이에 반대해왔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6월 영국 재무부는 자국의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돌린 메모에서 “영국은 유럽연합 집행위의 조처는 잘못된 것이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며 “제재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옵저버>는 보수당 정부가 지난해 6차례 보수당 출신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조세회피처 규제를 강화하는 유럽연합 차원의 조처들에 대해 반대하도록 유도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9월에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기업들의 조세 대응책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자는 제안에도 반대했다. 영국이 버뮤다 제재에 반대한 이유는 자국령인 버뮤다의 금융 산업, 크게는 버뮤다와 연결되어 있는 런던 금융 산업 전체에 대한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최근 구글과 헐값에 납세액 합의를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구글로부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덜 낸 세금 1억3000만파운드(약 2250억원)를 받기로 합의했는데, 이 시기 구글이 영국에서 거둔 이익이 72억파운드(약 12조4500억원)에 비하면 헐값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야당인 노동당의 존 고넬 의원은 “(보수당 정부의) 위선을 보여준다”며 “(정부 정책의) 진실은 조세회피에 대해서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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