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프랑크 재단, 은신처 본딴 게임 비판
“당신은 선택을 해야 한다. 방 안으로 숨어들어 가거나, 혹은 독일인들에게 대항해 싸워 참호로 도망치거나. … 당신은 퍼즐과 코드, 질문이 가득 쓰인 벽을 마주하게 된다. 독일인들의 다음 단계를 예측해 현명하게 선택하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140㎞ 정도 떨어져 있는 팔켄스바르트. 이곳에서 운영 중인 ‘방 탈출 게임’의 누리집 안내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2차 대전 당시 안네 프랑크 가족의 은신처를 본떠 만든 방 탈출 게임에 안네 프랑크 기념 사업을 펴고 있는 안네 프랑크 재단이 “역사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고 18일 <유피아이>(UPI) 등 외신이 보도했다.
실제로 이 게임은 독일의 나치 정권을 피해 2년 넘게 은신처에서 살아야만 했던 유대인 안네 프랑크와 그의 가족들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참가자들은 안네 프랑크가 살았던 공간과 비슷한 방에 감금되고, 팀워크를 통해 문제를 풀어 한 시간 안에 방을 탈출해야 한다. 재단은 성명에서 “숨겨진 공간을 게임의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게임은 만약 숨어있는 사람들이 충분이 똑똑하다면, 그들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만들어낸다”며 “(나치로부터 숨는 것을) 마치 재미있는 게임처럼 보이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공간의 운영자인 테이스 페르베르너는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 탈출 게임은 누군가를 모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마르티어 모스타르트 안네 프랑크 재단 대변인은 “이런 게임은 유대인에 대한 박해로 탓에 실제 숨어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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