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부 장관이 머리에 히잡을 쓰는 무슬림 여성을 흑인 노예에 비유해 파문이 일고 있다.
로랑스 로시뇰 프랑스 여성권리부 장관은 30일 현지 <베에프엠>(BFM) 티브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슬림 여성이 몸의 대부분을 가리는 복장인 히잡이나 부르카를 입는 것은 ‘니그로(검둥이)가 노예제를 지지하는 것과 같다’고 말해 인종주의라는 비난에 휩싸였다고 <프랑스 24>방송이 31일 보도했다. 로시뇰 장관의 발언은 패션의류업체들이 무슬림 여성을 위한 히잡과 얼굴·손목·발목을 뺀 전신을 가리는 수영복을 출시한 것을 두고 “그런 업체들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하며, 여성의 몸을 구속하는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비난하던 중에 나왔다.
로시뇰 장관의 문제 발언은 인터뷰 진행자가 “무슬림 여성의 상당수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히잡을 입는다”고 말한 직후 일어났다. 로시뇰 장관은 “물론 (히잡 착용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있다. 미국 흑인들 중에도 노예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부적절한’ 예를 들어 반박하려 한 것이다. 그가 특히 서구에서 공식적으로 금기시되는 ‘니그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자, 당장 무슬림과 흑인들의 반발을 시작으로 프랑스 사회가 들끓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인종주의는 로랑스 로시뇰에서 시작돼 모욕과 폭력과 피로 귀결된다”고 썼다. 프랑스 코미디언 올리비에 페린은 “로시뇰이 도널드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의 선거 참모로 임명됐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한 온라인 시민단체는 로시뇰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청원 제안자는 “또다시 정치 지도자의 언어폭력과 맞서게 돼 분노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로시뇰 장관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나는 ‘니그로’라는 단어를 노예제나 노예무역을 언급할 때를 제외하곤 쓰지 않는데 이번에 그런 단어를 쓴 것은 말실수였다”며 자신의 실수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철학가 몽테스키외가“노예 상태는 그 자체로 나쁜 본성”이라고 갈파한 것을 언급하며 자신이 한 발언의 취지를 굽히진 않았다. 로시뇰 장관은 “말실수를 제외하곤, 내가 말한 것에 대해 단 한마디도 철회할 뜻이 없다”고 맞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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