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그리스로 건너온 난민들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기로 한 유럽연합과 터키의 합의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3일 그리스 히오스(키오스)섬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이 “터키 (송환)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 어린이는 “유럽연합 정부들이 우리를 터키로 되돌려 보내면 자살하겠다”고 쓴 팻말을 목에 걸었다. 히오스/AFP 연합뉴스
난민 202명 태운 수송선 첫 터키행
EU-터키 합의 17일만에 송환 시작
‘송환 반대’ 지역민-경찰 충돌도
구호단체들 “비인도적” 비난 쇄도
EU-터키 합의 17일만에 송환 시작
‘송환 반대’ 지역민-경찰 충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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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난민들을 태운 작은 배 두 척이 어둠을 뚫고 터키로 향했다. 목숨을 걸고 에게해를 건너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에 왔던 난민들은 유럽연합 밖 나라인 터키로 쫓겨났다. 이날 새벽 처음으로 배에 탄 난민은 136명이었으며, 에게해의 휴양도시 터키 디킬리에 있는 난민 캠프 텐트에 일단 수용됐다. 이어서 또다른 그리스 섬인 히오스(키오스)에서 66명이 탄 배가 디킬리로 갔다.
이날 유럽연합(EU)과 터키는 지난달 18일 난민 송환 합의를 맺은 뒤, 처음으로 그리스에 있던 난민들을 터키로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연합과 터키는 지난달 20일 이후 터키에서 불법적으로 그리스에 들어온 난민들 중 공식 망명신청을 하지 않거나, 망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는 모두 터키로 되돌려 보내기로 합의했다. 터키는 유럽에서 난민들을 데려가는 대가로 유럽연합에서 60억유로를 지원받고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유럽연합과 터키 사이 난민 송환 합의 이후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들어온 난민 4000명 이상이 그리스 당국에 붙잡혀 있다. 이날 터키로 쫓겨난 난민들 대다수는 시리아인이 아니라 파키스탄 같은 난민 자격을 얻기 어려운 나라 출신들이다.
터키 내무장관은 터키로 송환된 난민 중 “비시리아인들은 추방될 것이고, 시리아 출신은 일단 난민 캠프에 수용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이날 유럽연합과 터키는 그리스로 건너온 시리아인 1명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는 대신, 터키에 있는 시리아 난민 1명을 유럽에 정착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터키 난민 캠프에 있던 시리아인 일부가 독일로 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유럽연합에 정착할 수 있는 시리아인 숫자는 7만2000명으로 제한돼 있다.
시리아를 포함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은 내전과 가난을 피해 지난해 100만명 넘게 유럽행을 택했다. 최종 목적지인 서유럽 국가로 가기 위해 이들 대다수는 터키에서 바다를 건너 그리스로 간 뒤 슬로베니아 등 발칸반도 국가를 거치는 길을 택했다. 유럽연합과 터키가 난민 송환에 합의했다는 소식에도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 물결은 줄지 않고, 하루 400명꼴로 그리스의 섬에 도착하고 있다. 하지만 발칸반도 국가들이 이미 국경을 닫은 상태여서 난민들은 그대로 그리스 섬들에 고립됐다.
유럽연합의 난민 송환 작업이 비인도적 조처라는 비판도 쇄도한다. 4일 히오스섬에서는 그리스 경찰과 난민 송환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이 충돌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국제앰네스티 그리스 지부장 요르고스 코스모풀로스는 “터키는 난민에게 안전한 제3국이 아니다. 유럽연합과 그리스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국제 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난민들이 ‘터키로 돌려보내지면 자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며 난민 송환 작업이 “불법이며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과 터키가 난민 지원 인력도 충분히 갖추지 않고 송환 작업을 서두른다는 비판도 있다. <에이피> 통신은 그리스 섬들에 배치된 프론텍스 직원 숫자가 필요한 인력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리스 섬에 있는 난민들은 난민 신청에 필요한 정보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신들이 터키로 돌려보내질 수도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을 정도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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