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출신들 “시리아인들만 유럽에 망명신청” 불만
난민촌 폭력사태…터키송환 진행될수록 갈등 커질듯
난민촌 폭력사태…터키송환 진행될수록 갈등 커질듯
지난 1일 자정, 그리스 키오스(히오스) 섬의 난민 캠프에 머물던 시리아 출신 난민 하니 알칼라프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곧 얇은 합판으로 지어진 캠프에 돌멩이가 날아들었고, 놀란 여성과 아이들은 천막 구석으로 숨었다. 알칼라프는 캠프의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던 아프간 출신 난민들을 동료들과 함께 막아냈다. “시리아인들만이 유럽에 망명 신청을 할 수 있고, 아프간 출신 난민들은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죠.” 알칼라프는 각국 난민들이 모여든 캠프 안에서 시리아인과 비시리아 출신 난민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망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모두 터키로 되돌려 보낸다는 것을 뼈대로 한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 송환 합의로 그리스 난민 캠프 내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캠프 난민들은 송환 합의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는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함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 시리아 난민과 함께 망명이 가능한 ‘전쟁 난민’으로 분류되었던 아프간 출신 난민들이 ‘경제적 난민’으로 분류돼 송환 대상으로 정해지자, 이들의 분노는 상대적으로 망명 신청이 쉬운 시리아 난민에게 향했다. 지난 1일 1800여명이 머물고 있는 키오스 섬의 난민 캠프에서는 시리아인과 비 시리아인들이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고, 난민 캠프의 임시 병원에서 수술용 칼과 같은 위험한 도구들을 약탈하는 등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5명의 난민이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그리스 남동부 피레우스항 근처 난민 캠프에서도 시리아와 아프간 출신 남성 300여명이 충돌해 8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피레우스 항의 난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아프간 출신 샤카르 칸은 “아프간에도 탈레반이 있다. 왜 시리아인들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스 당국은 송환이 진행될수록 난민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칸반도의 국경이 통제된 뒤 그리스에 갇혀 발이 묶인 난민들은 5만20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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