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시 크로아츠베르크 구역에서 마약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경없는 어머니들’ 회원들.
자식 위해 거리 순찰도
베를린시 크로이츠베르크 구역의 작은 터키잡화점 ‘스미르나’ 앞에는 매일 저녁 10여명의 터키계 아줌마들이 모여든다. 이 지역은 주민의 3분의 1이 터키인이어서 ‘작은 이스탄불’로 불리는 곳이다.
아줌마들은 “마약상은 나가라” “우리가 아니면 누가?” 같은 구호를 직접 쓴 흰색 웃옷을 걸치고 거리순찰에 나선다. 마약상들을 추방하자며 자발적으로 일어선 이들은 스스로 ‘국경없는 어머니들’이라고 부른다.
두달 전 터키계의 한 소년(12)이 환각상태에서 붙잡혔는데, 소년의 가방에서 마리화나가 나온 것이 이 모임을 만든 계기였다. 터키 출신 사회복지사인 귀너 아르키스가 중심이 돼 마약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다, 아예 순찰대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해 모임이 결성됐다.
빈촌인 크로이츠베르크 구역은 수십년 동안 마약의 온상이었다. 이곳에서 구하지 못할 마약은 없다. 최근 상황은 더욱 심해졌다. 베를린 청소년 마약범죄는 1991년 932건에서 2003년 3584건으로 거의 4배나 늘었다. 14살 이하 어린이 마약범죄도 1991년 6건에서 2003년 78건으로 늘었다. 마약상들이 어린이들을 운반책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순찰대원들은 10대 자녀들 둔 어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순찰할 때만 해도 하룻밤에 마약상을 20~25명씩 만났지만,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어머니 순찰대는 마약상을 만나면 손전등을 비추고 “냉큼 꺼져”라고 말한다.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는다. 신고해봤자 오지도 않거니와, 오더라도 마약이 소량이면 체포하지 않기 때문이다.
활동비는 자체 조달한다. 단체 로고인 박쥐 그림이 박힌 배지를 팔아 충당하기도 한다. “박쥐는 보지 못하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감지한다. 박쥐의 생활공간은 사람들에 의해 파괴됐다. 박쥐 처지가 우리 처지와 비슷하다.” 한 회원은 로고로 박쥐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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