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테러방지법’ 개정 결정
“지나치게 모호해 기본권 침해 위험”
“지나치게 모호해 기본권 침해 위험”
독일 헌법재판소가 독일판 테러방지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독일 헌재는 현행 반테러법이 전부 위헌은 아니기 때문에 효력을 유지시키지만, 2018년 6월까지는 정부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독일 헌재는 20일 독일 연방경찰이 테러 의심자에 대해 광범위한 감시를 허용한 반테러법 일부가 “법의 지배에 필요한 보호장치를 결여했다”며 6 대 2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특히 사생활 보호의 핵심적 영역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고, 투명성 그리고 개인에 대한 법적 보호와 사법적 감시가 결여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도이체 벨레>는 전했다.
독일 의회는 2009년 독일 연방경찰이 테러 용의자 통화 내용 감청과 대화 내용 녹음, 사진 촬영 그리고 특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원격으로 테러 용의자 컴퓨터에 접근해 채팅과 이메일 내용 감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독일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의 테러 증가를 이유로 테러 관련 법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 때 테러범들이 유럽내 국가들을 넘나들며 활동함에 따라 독일 정부도 외국과의 정보공유에 적극 나섰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국제적 테러와 싸우는 데 쉽지 않게 만들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에서 최근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기존 대공·방첩 분야가 아닌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해서도 감청 및 금융정보 수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가 있으면 ‘테러 의심’ 인물에 대한 감청도 가능하며, 금융거래 자료는 국정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요구하면 받아올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도 필요 없다.
독일은 우리나라에 비해 테러 위험성이 더 높지만, 합법적 방법을 통한 집권으로 법률 형식을 빌어 전체주의로 나아간 나치 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에 대한 비판 의식 또한 강하다. 독일 헌재에 반테러법 위헌 소송을 제기한 이들 중에는 독일 녹색당 출신 전 내무장관 게르하르 바움도 포함돼 있다. 바움을 포함한 원고들은 테러범과 같이 있으면 선량한 제3자라 하더라도, 침실과 욕실 같은 가정에서의 대화까지 감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테러 용의자가 변호사나 의사와 나눈 대화 등 직업윤리상 비밀보장이 요구되는 대화 내용까지 감청 대상이 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일 헌재는 원고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수사기관에 부여된 권한이 비례의 원칙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며 “그 결과 (감청 등 관련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독일 헌재는 연방경찰이나 외국기관이 테러 용의자 관련 정보를 넘겨받기 전에 내용을 다시한번 검토할 “독립기관 창설”을 촉구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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