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저성장·고실업 원인분석 분분
주류 “고용·해고에 비용 너무 들어”
‘공공분야 과도해 투자 저해’ 지적도
일각선 ‘유로존 긴축·독일 책임론’ 주장
피케티 “노동법 개정으로 실업 못줄여”
주류 “고용·해고에 비용 너무 들어”
‘공공분야 과도해 투자 저해’ 지적도
일각선 ‘유로존 긴축·독일 책임론’ 주장
피케티 “노동법 개정으로 실업 못줄여”
“부러운 생활수준이다. 불평등이 과도하지 않고, 지나친 고통 없이 금융위기를 헤쳐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는 최근 보고서에서 프랑스를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최근 경기침체는 그런 삶을 지속가능하게 할지 의문을 자아낸다. 오이시디는 “프랑스의 근본적 경제문제는 성장의 부족이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5%인데, 이마저도 예상보단 좋다는 평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성장률은 2.8%에 불과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금융위기 전인 1995~2007년에도 오이시디 회원국 중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
올해 초 실업률은 10.2%로, 약 300만명이 실업상태다. 독일의 4.3%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다. 이런 실업률은 유럽연합 평균치이기는 하나, 주요7개국(G7) 중에선 두번째로 높다. 25살 이하 청년실업률은 25%로,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프랑스의 경기침체와 고실업의 핵심 원인을 개발기구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 제도권의 주류 경제진영 쪽은 프랑스의 노동시장으로 지목한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기업 쪽의 일관된 불만과 진단을 반영한 것이다. 프랑스의 ‘이중 노동시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한다. 제도권 노동시장에 들어간 내부자들은 높은 급료와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받지만, 이에 속하지 않는 젊은층 등은 단기계약직에 머문다는 것이다. 프랑스 노동시장의 상징인 ‘주당 35시간 노동’은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눠 실업률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 효과는 없이 기존 노동자들에게 초과근무 수당만을 더 주는 제도로 변질됐다고 기업 쪽은 불만을 토로한다.
제도권의 주류 경제진영은 또 과도한 공공 분야를 지목한다. 프랑스 국내총생산에서 공공 분야는 57%를 차지한다. 이는 아무래도 과도한 조세부담을 의미하며, 투자와 저축에 대한 유인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도 있다.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으로는 결코 실업을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로존의 경제회복을 늦추는 긴축정책에 그 책임을 묻는다. 피케티의 이런 주장은 프랑스 경제 문제가 프랑스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유럽연합(EU)의 문제라는 것이다. 로버르트 항케 런던정경대 교수는 <비비시>(BBC) 방송에 “프랑스의 성장과 실업은 과거나 지금이나 결코 유연한 노동시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프랑스의 문제는 더 강력하고 잘 조직된 경제를 가진 독일과의 통화동맹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프랑스가 속한 단일시장인 유로존과 유럽연합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독일에 의해 장악되면서, 프랑스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유로존 도입 전에도 경제력에서 우월했던 독일은 2000년 전후 ‘하르츠 개혁’이라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독일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춰서 더 경쟁력을 갖추었다. 또 독일의 경제력에 비해 가치가 낮은 유로화는 독일의 수출경쟁력을 더 높였고, 이는 유로존과 유럽연합을 독일의 시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 등 남유럽의 경제위기도 따지고 보면 독일 경제의 경쟁력 앞에 초토화된 현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프랑스의 노동법 개정은 좌우 모두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진보 쪽은 프랑스를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나락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보수 쪽은 사회당 정부의 미숙한 대처와 타협적 자세로 노동법 개정의 효과는 사실상 물타기될 것이라고 불만을 내비친다.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사회갈등은 노동법 개정이 프랑스 경제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합의와 타협을 도출하지 못한 채 추진됐기 때문임을 보여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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