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지도 추이
옛소련권 ‘색깔혁명’…분열·무능·부패로 개혁실종
우크라이나 유셴코 대통령 지지도 바닥으로 추락
키르기스는 과거로 퇴행,. 그루지야도 추문 들끓어
장미(벨벳)혁명, 오렌지혁명, 튤립(레몬)혁명 등 지난 2년간 옛소련권 국가를 휩쓴 민주화혁명의 열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기대대로 주변국으로 확산되기는 커녕 혁명세력의 내부분열과 부패, 무능으로 오히려 혁명 실패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1년전 키예프 독립광장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며 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지도(?표)는 10%대로 추락했다. 지난 3월 튤립혁명으로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15년만에 축출했던 키르기스탄의 혁명세력도 아카예프 잔존세력을 처단하지 못하고 있다. 옛소련권 색깔혁명의 원조격인 그루지야에선 권력의 추문이 끊이지 않고, 해임된 외무장관이 야당 참여를 선언하는 등 정치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혁명을 배신(?)한 유셴코 대통령=24일 연 700만t의 강철을 생산하는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회사인 크리보리즈스탈이 세계최대 철강회사인 미탈스틸에 48억달러에 매각됐다. 크리보리즈스탈은 지난해 전임 레오니드 쿠치마 대통령이 자신의 사위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8억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불하해 국민들의 불만을 삼으로써 오렌지혁명의 도화선 노릇을 한 회사다.
이번 재매각 가격은 유센코 정권에 경제 운용의 숨통을 주는 것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선거부정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기반으로 집권한 유셴코 대통령은 잘못된 사유화를 바로잡고 전 정권의 범죄에 대한 단죄를 통해 과거와의 단절을 이루겠다고 공약했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논란만 거듭하는 동안 지난해 12%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2%대로 추락했다.
혁명세력간의 이권다툼과 부패 추문 속에 지난달 율리아 티모센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해산되면서 혁명세력은 양분됐다. 유셴코 대통령은 의회가 새로 지명한 총리 인준을 거부하자, 혁명 당시 청산대상이었던 야당과 타협했다. 야당과의 합의각서에는 선거부정사범과 부패사범 사면 등 혁명의 이상을 배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년 3월 총선을 앞둔 우크라이나는 이미 선거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티모센코 전 총리는 야당과 손을 잡은 유셴코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티모센코 정당의 지지율은 20.7%로, 유셴코 대통령의 여당 지지율은 13.9%에 불과하다.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한번의 위기를 넘긴 유셴코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는 내년 선거 이후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과거와 타협한 키르기스탄=지난 3월 의회선거 부정으로 튤립혁명이 일어났던 키르기스탄의 상황은 더욱 퇴행적이다. 지난 20일 교도소 난동을 조정하기 위해 방문했던 의원이 교도소 내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수도 비슈케크에선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4일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살해된 국회의원만 3명이다.
선거 부정에도 불구하고 해산되지 않은 의회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전임 아카예프 대통령 시절 이권을 누리던 인사들이 장악한 의회는 지난달 외무, 교통, 노동 장관의 인준을 거부했고, 의원들의 무기 소지를 허용하는 법률과 대통령의 의회해산권을 제약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은 사회 혼란을 이유로 의회 해산에 반대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지방에서 부패는 아카예프 시절보다 심하다는 불만의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바키예프의 고향에서조차 대통령 사임 요구 시위가 벌어질 정도다. 지난 7월 89%의 지지로 당선됐던 그의 지지율은 석달새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난방용 연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키르기스탄의 국민들의 인내도 바닥날 것”이라며 제2의 혁명을 경고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하지만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은 사회 혼란을 이유로 의회 해산에 반대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지방에서 부패는 아카예프 시절보다 심하다는 불만의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바키예프의 고향에서조차 대통령 사임 요구 시위가 벌어질 정도다. 지난 7월 89%의 지지로 당선됐던 그의 지지율은 석달새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난방용 연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키르기스탄의 국민들의 인내도 바닥날 것”이라며 제2의 혁명을 경고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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