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원 기본소득 주자” 스위스 5일 국민투표 2일 스위스 제네바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기본소득 찬성 투표를 호소하는 포스터 앞을 지나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스위스는 오는 5일 성인에게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한다. 이 안이 통과되면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조건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국가가 된다. 제네바/연합뉴스
출구조사 결과 77% “반대”
성인에게 조건없이 2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스위스의 기본 소득 안이 국민투표 결과 부결됐다. 유권자들의 77%는 기본소득 안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스위스에서 치러진 기본소득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찬성23%, 반대 77%으로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스위스 방송 〈RTS〉가 보도했다. 성인에게 2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어린이·청소년에게 650 스위스프랑(약 67만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것을 뼈대로 한 기본 소득 안은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복지에서 벗어나 스위스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는 기본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지식인모임의 주도로 2013년 정식 발의됐다. 이후 국민투표 요건인 10만명을 넘어 13만명이 서명했고, 지난 5일 국민 투표가 치러졌다. 기본 소득 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치른 곳은 전 세계에서 스위스가 유일하다.
스위스 내에서는 국민 투표가 치러지기 전부터 기본 소득의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첨예한 대립이 일었다. 법안을 반대하는 쪽은 기본 소득 구상이 ‘맑스주의자들의 꿈’에 불과하며, 아무런 기준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돈을 줘 결과적으로는 스위스 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기본 소득으로 인해 매년 250억 스위스프랑(약 30조원)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결국 정부 재정 삭감과 세금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기본 소득을 찬성하는 쪽은 기본 소득이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구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본 소득 법안을 발의한 모임을 이끌었던 체 와그너는 영국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돌봄노동이나 가사노동처럼 스위스의 전체 노동 중 50% 이상의 노동이 임금을 받지 않는 노동”이라며 “기본 소득이 있다면 이러한 일들이 더 가치있는 일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기술의 발전과 로봇 노동으로 인해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진 현대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부를 재분배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비록 큰 표차로 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기본 소득이라는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 소득 법안 발의 모임을 이끌었던 랄프 쿤디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년간 기본 소득은 유토피아처럼 여겨졌지만, 오늘날 기본 소득은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며 “기본 소득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 폭 넓은 논의를 시작한 것 자체가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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