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서 앉아 잡담하던 손자 툭 치며 “일어나, 윌리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손자 윌리엄 왕세손을 혼내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느 평범한 가정에서처럼 여왕도 왕세손을 꾸짖는다는 새삼스런 사실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19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 11일 자신의 90살 생일 공식 기념행사에서 축하 퍼레이드를 마친 뒤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시민들의 축하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왕위 계승서열 1위인 아들 찰스 왕세자 뿐만 아니라 딸 앤 공주, 손자 윌리엄 왕세손 부부, 증손자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 등도 참석했다.
당시 95살인 할아버지 필립공 등 왕실의 어른들도 발코니에 서서 행사를 참관하고 있었으나, 윌리엄 왕세손은 의자에 앉아서 아들 조지 왕자와 놀고 있었다. 여왕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윌리엄 왕세손의 어깨를 툭 치며 “일어나, 윌리엄”이라고 꾸중한다. 윌리엄은 민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텔레그래프>는 “케이크 위의 체리처럼, 그 순간 이후 내내 윌리엄 왕자는 창피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이 동영상은 발코니 앞에 모인 축하 인파 중 한 명이었던 브랜던 맥긴리가 촬영했다. 그는 자신이 찍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고,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순식간에 7000번 가까이 리트윗 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누리꾼들은 ‘왕세손도 할머니한테 혼나는 건 똑같다’며 신기해 하고 있다.
윌리엄 왕자가 엘리자베스 여왕한테 혼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윌리엄 왕세손은 <스카이 뉴스>의 ‘여왕 90살’ 기념 다큐멘터리에서 어린시절 할머니한테 혼났던 사례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는 “나와 (여왕의 손자인) 피터가 (여왕의 외손녀인) 자라를 쫓다가 가로등 기둥 쪽으로 몰아넣었는데, 기둥이 쓰러져서 그녀를 거의 덮칠 뻔했다. 당시 할머니는 킬트를 입고 있었는데, 잔디밭을 가로질러 사고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리곤 엄청 흥분한 채로 오셔서 우리를 가장 엄하게 혼내셨다”고 회상한 바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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