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구성에 실패해 6개월 만에 다시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또다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못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당은 바로 연정 구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의회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 우파 집권당인 국민당이 전체 350석 중 137석으로 제1당을 차지했으나,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국민당에 이어 중도 좌파인 사회노동당이 85석으로 제2당을 차지했으며, 급진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가 71석, 중도 우파 신생 정당인 ‘시우다다노스’(시민들)가 32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스페인에서는 정당들이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6개월간 연정 구성에 실패하며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과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서, 혼란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대표는 알베르트 리베라 시우다다노스 대표와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두 우파 정당이 연정을 하더라도 총 의석수인 350석의 과반인 176석에는 7석 부족하다. 국민당은 소수 정당과 추가로 연정을 해 정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 국가에서 치러지는 첫 총선으로 주목을 받았다. 총선 직전까지 급진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가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제2당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으나, 포데모스는 총 71석으로 2석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브렉시트의 충격이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하는 포데모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미야스 교황청대학의 에밀리오 사엔스프란세스 교수(국제관계학)는 “브렉시트로 유럽 국가들이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고, 스페인 유권자들은 포데모스가 아닌 기성 정당을 피난처로 여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총선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밤 다른 결과를 기대했지만 총선에서 부진한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지난 2년간 포데모스가 이뤄온 역사적이고 전례없는 성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실망스러운 분위기를 애써 수습했다.
26일 총선에서 국민당이 137석을 얻으며 제1당의 자리를 굳히자, 마리아노 라호이(가운데) 국민당 대표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26일 스페인에서 총선이 치러진 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EPA 연합뉴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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