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러 압박 강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8일(현지시각)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와 발트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 4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배치한다고 공식 결정했다. 병력은 4000명여명으로, 냉전 뒤 나토의 가장 큰 군사력 증강이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중국을 압박하고 동유럽에 나토 병력을 증강해 러시아도 압력하는 모양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배치되는 4개 대배 병력은 다국적 부대로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4개 대대는 여러나라 출신으로 구성되지만, 미국과 캐나다, 영국, 독일이 주요 국가로 1개 대대씩을 지휘한다. 병력은 내년에 파병 예정이며, 폴란드와 발트3국에 순환배치될 계획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동유럽) 증강 병력이 러시아의 모험주의를 막는 인계철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증강되는 4개 대대는 장갑차 같은 이동장비를 갖춘 보병대로 예상되며, 이들이 공격받을 경우에는 후방에서 며칠 내에 나토의 선봉 신속대응군 5000여명이 지원을 하는 구조다. 미 국방부의 러시아 담당 부차관보인 마이크 카펜터는 나토 회의에서 “이건 길의 끝이 아니다. 기준점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미군 <성조지>가 전했다.
나토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 뒤 러시아 위협에 맞서 동유럽에 병력을 증강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미국 주도의 나토가 병력 증강을 공식 발표하면서 유럽에서의 미국과 러시아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나토는 또 8일 유럽 미사일방어(MD)가 “최초 작전 능력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스페인 로타항 배치 이지스함과 루마니아 미사일방어 기지 등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미사일방어 기지 시스템 통제권이 나토에 이양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유럽 미사일방어 시스템 계획이 더욱 진전되었다는 뜻인데, 이는 러시아가 그동안 강력히 반발해왔던 일이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러시아 세력권이었던 동유럽 한복판에 미국이 미사일 방어 기지를 세워 러시아의 핵억지력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