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영국의 새 총리로 취임하는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은 과감한 패션으로도 유명하다. 영국의 첫 여성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재임 1979~90)가 주로 거의 똑같은 형태의 단색 정장 원피스 또는 투피스 차림을 즐겨 입는데 그쳤던 데 반해, 1956년생으로 올해 환갑인 그는 나이를 뛰어넘는 화려하고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영화제 등에서 입는 도발적인 드레스도 기꺼이 입는다. 이때문에 때론 영국 타블로이드 황색언론의 집중적인 먹잇감이 되기도 했지만, 메이는 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유독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서만 외모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이 있곤 하지만, 어쨌든 그가 26년만의 총리로 다우닝가에 입성하면, 남녀를 통틀어 영국뿐 아니라 세계 지도자 중 가장 화려한 패션의 주인공으로도 주목 받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의 패션 중에선 우선 목걸이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그는 크고 눈에 확 띄는 목걸이들을 선호한다.
또 구두에 대해서도 취미가 ‘구두 수집’일 정도로 수많은 구두를 지니고 있어 수천켤레의 구두로 유명한 필리핀의 이멜다에 빗대 일각에선 메이를 ‘영국의 이멜다 마르코스’로 부르기도 한다. 그는 지난 2015년 3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인사하러 갈 때도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검정색 부츠를 입고 나타나 여왕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게 카메라에 잡힌 적도 있다. 지난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 했을 때에도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메이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출처] 테레사 메이 수상: ‘제2의 대처’ 또는 ‘영국의 이멜다 마르코스’ | 작성자 은정
또 메이의 패션 중 화려함으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레이스 부츠와 화가 모딜리아니의 추상화 색채를 원용한 화려한 코트였는데, 이 패션이 화장품 이브셍로랑 등의 모델인 영국 여배우 카라 델러빈의 패션을 모방했다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메이는 자신이 델러빈을 따라한 게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데일리 메일>은 묘하게 닮은 두 사람의 패션을 비교하는 사진들을 연거푸 실으며 메이를 공격한 적도 있다.
카라 델러빈과 테리사 메이의 패션. 출처 <데일리 메일>
심플한 검은색 드레스의 델러빈과 메이. <데일리 메일>
델러빈과 메이의 화려한 공작새 풍 드레스 패션. <데일리 메일>
델러빈이 검은색 정장과 가방으로 통일했으나, 메이는 형형색색의 가방으로 이 패션을 변형했다고 <데일리 메일>이 평했다.
하지만 <데일리메일>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나고 보수당 대표 경선이 진행되자, 메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1면에 “화염에 휩싸인 당을 메이가 구해야 한다. 현재 영국이 필요한 것은 견고하게 배의 키를 쥘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아낌없는 성원을 피력했다.
영국 일간 <미러>는 11일 “메이의 패션에 대한 열정이 정치에도 화려함을 더할 것”이라며 “여성 정치인이 입은 옷으로 판단 받아선 안 되지만, 패션에 대한 열정을 가진 여성(메이)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 된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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