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은 하지 않을 것”
독일이 100여년 전 아프리카 나미비아 집단학살에 대해서 나미비아 정부에 공식 사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외무부는 13일 독일 정부가 1904년에서 1908년까지 식민지였던 나미비아에서 주민 7만5000명 이상을 집단학살(genocide)한 것에 대해서 사죄하기로 하고, 양국 정부가 공식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요아킴 가우크 독일 대통령도 공식 사과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독일은 1884년부터 1차대전 당시인 1915년까지 남서아프리카로 불린 나미비아를 식민 지배했다. 나미비아 헤레로족은 독일 정착민들이 자신들의 땅과 가축을 빼앗는데 분개해서 1904년 반란을 일으켜 독일인 123명을 살해했다. 이듬해 나마족도 봉기에 동참했다.
이에 당시 독일 총독 로타르 폰 트로타 장군은 헤레로족 몰살을 지시하며 무자비하게 대응했다. 독일군은 나미비아인 일부를 살해한 뒤 참수해 두개골을 베를린의 과학자들에게 실험용으로 보내기도 했다. 독일은 2011년에야 나미비아인 두개골 수십여개를 반환했다. 헤레로족은 봉기 당시 인구가 8만여명에 달했으나 봉기가 진압 뒤 1만5000여명 정도로 줄었다.
독일이 나미비아 학살에 대해 ‘집단학살’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사죄를 결정한 데는 지난달 독일 의회가 1차대전 때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대규모로 살해한 일을 두고 ‘집단학살’로 규정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독일은 나미비아 일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고, 노르베르트 람메르트 독일 연방의회 의장은 “에르도안이 맞다”고 말했다.
독일이 나미비아에 사죄하기로 했지만 배상을 하지는 않을 태도다. 독일 정부는 “(사죄로 인해) 배상이나 법적 결과가 있을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없다고 답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독일 정부는 나미비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독립한 1990년이후 수억유로의 개발 원조를 해왔다며 배상을 거부해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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