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터키 국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쿠데타 진압을 자축하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실패한 쿠데타”로 규정하며 국가 전복 세력을 완전히 진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쿠데타가 발생한지 약 6시간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새벽 4시께 이스탄불 아타튀크르 국제 공항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국가를 통제하고 있으며, 충성스러운 군인과 경찰이 쿠데타를 진압했다”며 “터키에 반영 행위를 한 이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도 이번 쿠데타를 “터키 민주주의의 오점”이라면서 정부가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등 외신은 쿠데타로 인해 군인 104명을 비롯해 경찰과 민간인 161명 등 총 265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144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6시간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 등 283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쿠데타의 주모자로 알려진 전직 공군 사령관 아킨 외즈튀르크와 육군 2군 사령관 아뎀 후두티 장군이 포함됐다. 또한 헌법 재판관인 알파르슬란 알탄 재판관 역시 체포됐으며,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터키 전역의 판사 약 2745명을 해임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쿠데타는 15일(현지시각) 밤 10시30분께,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이스탄불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 대교를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처음 알려졌다. 첫 보도가 나온지 30여분 뒤인 밤 11시께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허가받지 않은 군사 행동이 있었다”며 쿠데타가 일어났음을 공식 확인했다. 이튿날 오전 0시30분께 휴가차 터키 서부 이즈미르주에 머물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엔엔 튀르크>와의 스마트폰 영상 통화에 등장해 이번 쿠데타를 ‘군부 소수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했으며,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가 쿠데타에 맞서달라고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가 발생한지 약 6시간 후인 16일 새벽 4시께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도착 직후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인 펫훌라흐 귈렌의 지지자들이 쿠데타를 꾸몄다고 비난했다. 펫훌라흐 귈렌은 2013년 부패 수사를 계기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결별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망명중인 터키 정치인이자 이슬람 학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귈렌을 추방시켜 터키로 넘기라고 촉구했으나, 귈렌은 “민주주의는 군사행동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게 아니다”며 자신이 쿠데타의 배후 세력이라는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메브루트 카부소을루 터키 외무 장관은 쿠데타가 실패한 뒤 8명의 군인이 헬리콥터를 타고 그리스로 가 망명 신청을 했으나, 곧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그리스는 이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민주주의에 따라 선출된 지도자를 지지한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제 사회는 쿠데타 진압 뒤 터키 정부에 법치에 따라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자가 법치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추가적인 폭력을 야기할 행동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터키의 모든 당사자가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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