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새 정부가 영국에 유학하는 외국학생 비자 발급 제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텔레그래프> 등이 24일 보도했다. 영국이 아직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자 발급 제한으로 인한 충격은 주로 비유럽권 출신 유학생들에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내무부와 교육부 당국자들이 유학생 비자 발급을 줄일 수 있는 방안 검토를 지시할 듯 하다고 전했다. 메이 정부가 이런 조처를 준비하는 이유는 영국 유학이 이민자 유입 통로가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이는 내무부 장관 시절 “가장 총명하고 최고의”학생들만이 영국 유학 비자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메이 정부가 유학생 비자를 제한할 유력한 조처로는 하급 교육기관에서 날림으로 진행하는 일명 ‘미키 마우스’ 코스를 이수하기 위해 영국에 오는 학생들의 유입을 중단시키고, 영국 대학들이 자신들의 코스를 이수하면 영국에서 취업을 할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학생들이 교육 과정 이수 후 본국 귀환을 담보하는 조처도 유력하다. 영국 내무부는 유학생 5명 중 1명은 비자상 체류 기한을 넘기거나 학업이 끝난 뒤에도 영국에 머물고 있다고 본다.
메이 정부가 유학생 비자 발급 제한을 고려하는 배경에는 영국 내 반이민 정서가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했던 이들 상당수가 이민자들 때문에 영국인들 일자리가 줄어들고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총리에 오른 메이는 이민자 숫자를 줄여야 할 정치적 이유가 있다. 메이는 내무부 장관 시절 순이민자 숫자를 한해 10만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영국 순이민자 숫자는 30만명이 넘었다.
데이비드 카메론 정부 시절에는 정부 내에서 유학생을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재무부와 비즈니스·혁신·기술부(BIS)는 유학생들이 많은 학비를 쓴다는 등의 이유로 영국 경제에 보탬이 된다며, 오히려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하려고 했다. 재무부는 지난해 해마다 유학생 5만5000명이 영국에 오면 비유럽연합 출신 이민은 32만명에 달하고, 이는 영국 경제에 10억파운드 부양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이가 총리가 되면서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경질됐고 비즈니스·혁신·기술부는 없어졌다. 메이의 핵심 정책 조언자인 닉 티모시는 메이에게 “영국의 관대한 유학생 비자 정책이 계속되면 순이민자 (10만명) 제한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조언해왔다. 다만, 영국은 아직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연합 출신 학생들은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고 메이 정부의 비자 발급 제한 정책은 당분간 이들에게까지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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